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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희망]포스코의 신무기 '솔루션마케팅'

  • 2014.12.15(월) 09:20

기술력 앞세운 마케팅 강화로 실적개선
합작법인 UPI, 솔루션마케팅으로 회생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지난 3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난감했다. 포스코의 현실이 참혹했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권 회장은 포스코의 생존해법으로 세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재무, 철(鐵), 솔루션 마케팅이다.
 
이 가운데 권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솔루션 마케팅'이다. '솔루션 마케팅'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생산,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권 회장은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포스코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 이것이 포스코式 '솔루션 마케팅'
 
'솔루션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이다. 상품의 구상,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참여시킨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상품 개발은 물론 판매 후 서비스까지 책임진다는 개념이다.
 
과거 시장은 공급자가 소비자의 취향 등을 전략적으로 판단해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소비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상품을 보고 구매했다.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도 이런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이다.
 
▲ 포스코는 최근 '솔루션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한 개념으로 고객의 니즈에 최대한 맞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형 확대로 무너진 내실을 다시 바로 잡겠다는 것이 포스코와 권오준 회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포스코가 생산하는 자동차 강재가 대표적인 예다. 지금까지는 철강사가 자동차용 고강도강재를 생산하면 자동차회사가 그 강재를 이용, 자동차회사 나름의 성형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됐다.
 
하지만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은 고객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강재를 사용할수 있도록 고강도강재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를 참여시킨다. 이를 통해 고객이 가장 쓰기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생산·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포스코의 이런 '솔루션 마케팅'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코가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판매한 제품의 양은 지난 1분기 21만톤에서 2분기 25만톤, 3분기 40만톤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와 미국 USS의 합작법인인 UPI다. 지난 5년간 UPI는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포스코는 작년 UPI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철강경기가 살아나자 가능성이 보였다. 포스코는 UPI 살리기에 나섰다. 처방은 '솔루션 마케팅'이었다. 
 
포스코는 UPI의 판매 데이타 분석을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그 결과, UPI는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한 상태다. USS에서도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 오직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솔루션 마케팅'도 무용지물이 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가 최우선이다. 포스코가 '솔루션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에너지용 강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 강재는 에너지원(석유, 가스 등)의 개발, 생산, 수송, 저장 시설에 사용되는 강재다. 그동안 이 시장은 일본과 유럽 소수 업체들의 독과점 체제였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가 이 구도를 깨뜨렸다.
 
에너지 강재 수요는 지난 2012년 3100만톤에서 오는 2020년에는 5100만톤으로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총 23종의 에너지 강재를 개발했다. 비록 후발주자였지만 기술력 하나로 단숨에 새 강자로 떠올랐다.
 
▲ 르노가 '2014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이오랩'. 포스코는 르노와 함께 지난 2012년부터 '이오랩'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다. '이오랩'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맞춤형 첨단 고강도강(AHSS)이 대거 적용됐다.
 
포스코는 이 기술력을 통해 오는 2016년까지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쉘(Shell)사가 발주하는 모든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에 에너지 강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FPSO에 필요한 후판 전량 9만톤도 공급했다. 
 
자동차 강판도 포스코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자동차 강판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경량화를 위해 강판의 두께를 얇게하면 안전성이 약화된다. 반대로 안전성을 위해 두꺼운 강판을 적용하면 연료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께가 얇으면서도 강도는 높은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 세계 철강사 최초로 인장강도 490㎫급 첨단 고강도강(AHSS)을 공급하기 위한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사가 자동차 한 대에 적용하는 외판재 중 60%는 270㎫급이며 40%가 340㎫급이다. 포스코의 양산체제 구축으로 고객사는 340㎫급 강재를 사용하던 도어 부분에 490㎫급 강재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 '철의 종가(宗家)' 명성 되찾는다

포스코의 이런 노력들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여전히 매 분기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과거에 비해서는 한참 못미친다. 하지만 세계 철강 업황 부진 속에서도 매분기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좋은 징조다.

실제로 포스코의 올해 분기별 실적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518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분기 5653억원, 3분기에는 6349억원으로 증가했다. 업황 부진에 경쟁업체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솔루션 마케팅'과 '기술력'으로 승부한 결과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권오준 회장이 강조한 대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강화로 '철의 종가(宗家)'로서의 면모를 되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 회장이 내세웠던 재무구조 개선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비수익 사업의 매각은 물론 최근에는 포스코특수강 매각으로 1조1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됐다. 과거 외형 성장에 치중하느라 비어가던 곳간이 다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권오준 회장은 "신제품을 개발하면 생산을 위해 현장 엔지니어와 협력해야 하고, 만든 제품 판매를 위해선 마케팅 부서와도 협력해야 한다"며 "R&D-생산-판매가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는 것이 포스코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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