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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희망]두산중공업, 물(水)은 내가 '1등'

  • 2014.12.05(금) 09:06

해수담수플랜트 세계 1위..수처리로 영역 확대
독자 기술과 고객에 대한 신뢰로 시장 공략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두산그룹의 키워드는 두 가지다. 바로 '사람'과 '기술'이다. 특히 기술에 대한 두산의 집착은 대단하다.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원천기술 확보에 나섰다. 시장과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 어려운 시간도 보냈다.

하지만 두산은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다. 오로지 기술 확보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으로 버텼다. 그리고 두산의 집착은 결국 빛을 발했다. 지금의 두산은 대한민국 대표 중공업 기업으로 거듭났다. 기술에 대한 고집이 이뤄낸 결과다.

◇ 두산重, '물'로 일가를 이루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두산그룹이 중공업그룹으로의 전환을 꾀하게된 것도 두산중공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산중공업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전'과 '물'이다. 특히 '물 사업'은 두산중공업이 핵심 미래산업으로 꼽는 분야다.

두산중공업의 '물사업'은 '해수담수화'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드는 기술이다. 주로 물이 부족한 중동 등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중동 지역의 해수담수화 시설의 대부분이 두산중공업의 작품이다.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78년이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관련 기술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물사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시작했다. 기술도 네트워크도 없이 중동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식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해수담수화플랜트.

시행 착오도 많았다. 발주처로부터 무시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윤석원 두산중공업 Water BG장(부사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기술이 없어서 발주서류조차 낼 수가 없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물사업을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두산중공업은 이제 해수담수화로 일가를 이뤘다. 두산중공업이 중동 지역에서 수주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는 중동 전역에 걸쳐 총 27개다. 담수생산용량은 640만톤 규모다. 여기서 생산한 물은 하루 2200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 일부 업체에서 독점해 오던 담수설비의 설계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축구장 크기만한 담수 증발기를 창원공장에서 조립해 통째로 출하하는 원모듈 공법을 개발, 공기단축은 물론 품질향상을 이뤄냈다. 두산의 기술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 세계인의 '갈증' 내가 해소한다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은 13억8600만㎞³다. 이 중 97%는 바닷물이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3500만㎞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70% 가량이 빙산과 빙하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인류의 물 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CED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40%가 식수난과 농업, 산업 용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에는 전세계 52개국 30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하수 이용, 인공강우, 해수담수화 설비 등이 있다. 하지만 지하수는 수원고갈, 수질오염 등의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인공강우도 현재 실험단계다. 두산중공업의 해수담수화 기술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에는 다단증발방식(MSF), 다단효용방식(MED), 역삼투압방식(RO) 등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다단증발방식(MSF)과 역삼투압방식(RO)에서는 이미 세계 1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MED 해수담수화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세계에서 해수담수화 3대 방식의 기술과 실적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두산중공업의 시선은 이제 '수처리'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처리 사업은 하수나 폐수를 산업 및 생활용수로 정화해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시장 규모는 약 33억 달러다. 매년 15% 이상 성장중이다. 오는 2015년에는 시장규모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기술에 신뢰를 더하다

두산중공업의 물사업의 경쟁력은 R&D에서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미래 시장에 대비하여 한국 창원, 미국 탬파, UAE 두바이에 각각 R&D센터를 건립, 다양한 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오랜 기간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가 두산중공업의 물사업을 세계 1위로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은 중동을 떠났지만 두산중공업은 발주처와의 납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 남아 끝까지 공사를 수행했다.
 
이는 중동 발주처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덕분에 이후 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등 중동지역 담수플랜트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40%)로 올라섰다.

▲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으로부터 받은 2400만 시간 무재해 인증서.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해수담수청으로부터 무재해 2400만시간 달성 인증서를 받았다. 지난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알 카이르(Ras Al Khair) 해수담수화 플랜트 현장 개설 이후 지금껏 단 한건의 사고도 없었다.
 
결국 두산중공업이 물사업으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신뢰를 심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해 다른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윤 부사장은 “현재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는 시장을 북미, 중남미, 동아시아, 호주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21세기 블루골드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물관련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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