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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땅콩 리턴'에 분노했나

  • 2014.12.12(금) 17:00

조현아 '땅콩 리턴' 사건의 재구성
특권의식·책임회피..총체적 난맥

KE086 비행기 도착시간이 늦어진 건 고작 11분이다. 뉴욕에서 인천까지 비행시간 14시간을 감안하면 문제가 될만한 오차도 아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아니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재벌가 오너의 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은 그야말로 일파만파였다.

 

회사를 통한 입장 표명과 조 전 부사장의 보직사퇴에 이어 사직까지 대한항공은 하루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놨지만 일은 갈수록 커졌다. 항공 당국은 사고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사단을 꾸려 전방위적 조사에 나섰고, 검찰은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기까지 이르렀다. 

 

결국 사건이 터진 지 7일만인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의 애비로서 용서를 빈다"며 사과했다. 뒤이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도 "승무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의 날개'로 수십년을 포장해온 대한항공은 '땅콩항공'이란 조롱섞인 오명을 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7년여 공들여온 경복궁 옆 서울 송현동 호텔 사업도 그룹에 대한 비난과 함께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파장은 반(反)재벌정서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구속상태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재벌가 2~3세에서 3~4세로의 승계 과정을 들여다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조 전 부사장의 기내 고성과 지위를 이용한 월권행사가 발단이긴 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책임 회피와 오너 딸에 대한 과보호가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

 

사건 발생 이후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과 이에 대한 대한항공의 대응을 시간대별로 복기해 봤다.

 

▲ 인포그래픽= 김용민 기자

 

▲5일(현지시간) 0시50분, 조현아 전 부사장이 1등석 '마카다미아 넛(견과류 일종)' 서비스를 문제삼아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086편을 탑승구로 되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함

 

"조현아 부사장 ‘사무장 내려라’ 고함…대한항공 뉴욕공항 후진 ‘파문'"
8일 오전 6시께 <한겨레>, <세계일보> 보도로 조 전 부사장 사건이 외부로 알려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어서 법이나 안전규정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8일 정오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가 비정상적 '램프 리턴'(활주로 이동하던 항공기가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 조사방침 밝히고 관계자 인터뷰 착수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쳤지만, 임원인 조 부사장이 서비스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
8일 오후 10시, 그때까지 공식 대응을 하지 않던 대한항공이 공식 입장 발표

 

▲9일 대한항공 공식 입장에도 '사과 같지 않은 사과' 비난 번짐. 조 부사장의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승무원 문제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있다는 비난 봇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등 사내서도 반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
9일 오후 6시 귀국한 조양호 회장이 임원회의 열어 조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 내 보직(기내서비스·호텔사업 총괄) 사퇴 밝힘

 

▲사퇴 발표 후에도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부사장 직위 및 등기이사, 기타 계열사 보직을 유지한 것 두고 '무늬만 사퇴' 비난 여론 불거짐. 최소한의 선으로 막으려 했지만 비난 여론 확산

 

▲"'야 이XX야, 빨리 기장한테 연락해서 후진하고 너 내려'라는 식으로 말했다. 제보자 진술 있다."
10일 오후 2시 참여연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등 관련법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 및 기자회견

 

"전날 회사의 보직해임 조치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조직에 누가되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
10일 오후 5시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의 사표 제출 밝힘.

 

▲국토부, 조현아 부사장에 12일 출두 요구. 대한항공 측은 "출석은 어렵다"고 밝힘

 

▲11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이 대한항공의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와 인천공항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료 압수. 이어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11일 오후 6시, 조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3시 국토부의 출두 요청에 따라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힘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
12일 오후 1시30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에서 사과문 발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하겠다."
12일 오후 3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김포공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내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로 출석해 조사를 받기 직전 포토라인에서 첫 직접 사과. 사고발생 168시간(7일)

 

▲ '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비행기 후진과 승무원 하기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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