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 리턴' 사태로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견과류 한 봉지 때문에 뉴욕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구로 돌린 사건이 발생한 지 25일만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일단 사건을 덮고 보려던 대한항공의 움직임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조 전 부사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김병찬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30일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30일 오전 10시 서부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전 11시43분쯤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아예 동행한 여성 수사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걸었다. 취재진이 몰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구속영장은 이날 밤 11시께 발부됐으며 조 전 부사장은 곧바로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검찰직원을 꼭 붙잡은채 들어가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지난 24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죄와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 전 부사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서 승무원이 견과류(마카다미아)를 규정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항공기를 되돌려(램프 리턴) 해당기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다.
서부지법은 대한항공 객실 승무본부 여모(57) 상무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여 상무가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인 박 모 사무장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고, 국토부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라고 강요한 등 증거인멸죄와 강요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는 국토교통부 조사관으로 이번 사건 조사에 참여한 김모(54) 항공안전감독관와 30여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10여통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사 내용을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여 상무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조사관과의 금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30년 된 관계지만 돈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준 대한항공 출신 김모 국토부 조사관은 지난 25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