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브랜드를 달고 건설, 상사, 패션, 식음료, 레저, 바이오산업을 아우르는 매출 60조 목표의 초대형 거함 기업이 출범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탄생한 '뉴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 역할을 하면서 사업 규모에서도 주력인 삼성전자, 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과 함께 그룹의 '3대 사업축'이라는 위상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 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뉴 삼성물산' 출범식에서 4개 사업부문 CEO와 직원대표들이 기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 삼성물산) |
◇ 사업부문별 대표 4명에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삼성물산은 2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통합 후 첫 이사회를 열고 최치훈 사장(건설부문), 윤주화 사장(패션부문), 김신 사장(상사부문), 김봉영(리조트·건설부문) 사장 등 4개 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 의장은 4명의 CEO중 가장 선임인 최치훈 사장이 맡았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옛 제일모직 사장도 각각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상사부문 고문),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삼성물산에 적을 두게 된다.
최 사장은 이사회에 이어 열린 출범식에서 "합병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바이오를 포함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초일류 기업을 향해 임직원 모두 한 방향으로 혼신의 힘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자"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하는 삼성물산은 당분간 사업 연속성을 위해 기존 4명의 사장단이 각 사업부문을 이끄는 각자 대표 체제로 라인업을 꾸렸다. 이와 함께 전사조직을 신설하고 4개 부문의 CEO가 참석하는 '시너지 협의회'를 운영해 사업 간 시너지 창출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부간 조정이 마무리되면 올 연말께엔 대표이사 진용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 2020년까지 매출 60조..연평균 10.2% 성장 목표
새 회사의 비전은 'Global Business Partner & Lifestyle Innovator'로 정했다. 성장 방향은 ▲B2B 사업 지속성장 ▲글로벌 리더십 확보 ▲신성장 동력확보 등 3가지로 추려졌다.
뉴 삼성물산의 직원 수는 기존 삼성물산 8200여명에 제일모직 4300여명을 더해 1만2500여명에 달한다. 직원들은 건설·상사부문이 있는 서초사옥을 중심으로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이 있는 태평로 옛 삼성본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이 이전해 입주하게 되는 도곡동 군인공제회관빌딩 등 세 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매출을 작년 기준 33조6000억원에서 2020년 60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너지를 통해 연평균 10.2%의 성장률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부문별로 건설부문은 글로벌 엔지니어링과 조달·시공(EPC) 역량을 강화해 2014년 16조2000억원인 매출을 2020년 23조6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상사부문도 글로벌 트레이딩 역량을 확대해 작년 13조6000억원에서 2020년 19조6000억원까지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패션부문의 경우 작년 기준 1조900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를 상사부문 인프라·네트워크 시너지를 통해 2020년 매출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목표성장률이 연 평균 32.5%다. 내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초대형 SPA 매장을 오픈하고 미주·유럽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식음·레저사업부문도 2020년 중국시장 식음부문 점유율 1위, 베트남 등 해외사업 진출 등을 목표로 세우고 현재 2조원 규모에서 4조2000억원까지 사업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바이오부문은 1조8000억원대의 신규매출을 일으키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신약 시밀러 개발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 엘리엇이 남긴 유산..'주주친화정책'은
▲ 지난 7월17일 합병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통합 삼성물산은 이날 첫 이사회에서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조직으로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사회책임)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하며, CSR위원회는 김봉영 사장과 사외이사 3명이 참여키로 했다.
이는 지난 6월말 합병 추진 중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 등으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자 국민연금 등 주주들에게 약속한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거버넌스위원회는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합병 등 주주의 권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하고 위원 중 1명이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을 맡아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의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1일부로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법인으로서는 삼성물산이, 사명(社名)으로서는 제일모직이 사라지게 됐다. 통합 법인 사명은 그룹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물산의 이름이 계속 쓰이지만 합병 존속법인의 틀은 제일모직이다.
소멸법인인 삼성물산 주식은 지난달 27일 주식시장에서 매매정지 됐으며 기존 주식 보유 주주는 오는 15일부터 합병 비율에 따라 한 주당 0.35주의 신주(종전 제일모직 주식)를 교부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