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SM6 출시를 계기로 내수시장 재건에 나섰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추락을 거듭했다. 한때 내수 시장의 강자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고질적인 라인업 부족과 모델 노후화, 마케팅 실패가 겹쳐지며 최근 수년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바닥을 헤매고 있다. 르노삼성은 SM6가 그동안의 실패를 단숨에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업체들도 SM6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소비자들도 르노삼성의 신차가 반갑기는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르노삼성이 이번 기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편집자]
르노삼성의 역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에서 시작된다. 자동차 마니아인 이 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동차 제조업을 꼭 해보고 싶은 사업으로 꼽았다. 몇번의 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꿈을 접지 않았다. 삼성은 결국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고 이 회장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으며 이 회장과 삼성은 자동차 사업의 꿈을 접어야했다. 삼성차는 이후 르노가 인수하며 르노삼성으로 거듭났다. 르노가 주인이지만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묘한 구조가 시작됐다.
◇ 삼성과의 만남
1995년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를 세우며 꿈에 그리던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다. 삼성의 기술력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던 이건희 회장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1990년부터 자동차 산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과당 경쟁 우려로 삼성의 자동차 진출은 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삼성그룹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용차 시장 진입이 최우선 목표였지만 정부와 기존 업체들의 반발을 피해 우회작전을 편다. 우회로는 삼성중공업의 상용차 출시(1994년)였다. 당시 삼성이 출시한 상용차는 건설현장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분위기 전환은 물론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삼성그룹의 우회작전이 성공을 거두면서 여론도 삼성편으로 돌아섰다. 결국 정부는 1994년 11월 삼성그룹의 승용차 시장 진입을 허가했다. 삼성그룹은 재빨리 움직였다.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덕에 큰 무리없이 자동차 계열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은 1995년 3월 자본금 1000억원으로 삼성자동차㈜를 공식 출범했다.
▲ 1998년 삼성차는 첫 모델인 SM5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오랜 꿈이 현실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삼성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르노와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다. |
삼성차는 1998년 3월 첫 모델인 중형 세단 SM5를 선보였다. 일본 닛산 '맥시마'의 내수형 모델인 '세피로'를 기본으로 했다. SM5는 출시와 동시에 삼성이 만든 첫 차라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대우차의 3파전에 삼성이 뛰어들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 모드로 돌입했다. SM5는 품질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차가 르노삼성으로 바뀌면서 르노삼성의 지분율은 르노가 70.1%, 삼성카드가 19.9%, 금융기관들이 10%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는 르노가 금융기관들의 지분을 사들여 르노 80.1%, 삼성카드 19.9%로 재편됐다. 르노의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했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 브랜드는 생소했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삼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삼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기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엔진 동력계통 5년, 10만km 무상보증)을 구사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품질과 마케팅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둔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 삼성과의 결별
▲ 르노삼성은 작년 말 전시장의 SI를 전면 교체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르노가 삼성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작년 말 르노삼성은 판매 전시장의 디자인과 컬러를 바꿨다. 전통적인 삼성의 색상인 파란색에서 르노의 색상인 노란색으로 변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삼성과의 결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GM대우의 경우도 결국 대우브랜드를 버리고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국내에 '쉐보레' 모델을 들여왔다.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도 이런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