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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 SM6]①'삼성' 지우기 승부수

  • 2016.02.29(월) 13:13

무너진 삼성차의 꿈..르노 인수로 명맥만 유지
2010년 이후 성장동력 꺼져..삼성과 결별 준비

르노삼성은 SM6 출시를 계기로 내수시장 재건에 나섰다. 르노삼성은 그동안 추락을 거듭했다. 한때 내수 시장의 강자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고질적인 라인업 부족과 모델 노후화, 마케팅 실패가 겹쳐지며 최근 수년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바닥을 헤매고 있다. 르노삼성은 SM6가 그동안의 실패를 단숨에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쟁업체들도 SM6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소비자들도 르노삼성의 신차가 반갑기는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르노삼성이 이번 기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편집자] 

 


르노삼성의 역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에서 시작된다. 자동차 마니아인 이 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동차 제조업을 꼭 해보고 싶은 사업으로 꼽았다. 몇번의 진출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꿈을 접지 않았다. 삼성은 결국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고 이 회장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으며 이 회장과 삼성은 자동차 사업의 꿈을 접어야했다. 삼성차는 이후 르노가 인수하며 르노삼성으로 거듭났다. 르노가 주인이지만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묘한 구조가 시작됐다.

◇ 삼성과의 만남 

 

1995년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를 세우며 꿈에 그리던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다. 삼성의 기술력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던 이건희 회장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1990년부터 자동차 산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과당 경쟁 우려로 삼성의 자동차 진출은 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삼성그룹은 포기하지 않았다. 승용차 시장 진입이 최우선 목표였지만 정부와 기존 업체들의 반발을 피해 우회작전을 편다. 우회로는 삼성중공업의 상용차 출시(1994년)였다. 당시 삼성이 출시한 상용차는 건설현장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분위기 전환은 물론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삼성그룹의 우회작전이 성공을 거두면서 여론도 삼성편으로 돌아섰다. 결국 정부는 1994년 11월 삼성그룹의 승용차 시장 진입을 허가했다. 삼성그룹은 재빨리 움직였다.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덕에 큰 무리없이 자동차 계열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은 1995년 3월 자본금 1000억원으로 삼성자동차㈜를 공식 출범했다.

 

▲ 1998년 삼성차는 첫 모델인 SM5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오랜 꿈이 현실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삼성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결국 르노와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다.

삼성차는 1998년 3월 첫 모델인 중형 세단 SM5를 선보였다. 일본 닛산 '맥시마'의 내수형 모델인 '세피로'를 기본으로 했다. SM5는 출시와 동시에 삼성이 만든 첫 차라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대우차의 3파전에 삼성이 뛰어들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 모드로 돌입했다. SM5는 품질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삼성차를 그냥 두지 않았다. 정부는 1998년 5대 그룹의 계열사를 서로 교환하는 이른바 ‘빅딜’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은 삼성차와 대우전자를 교환키로 하고 1차 실행계획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와 삼성, 대우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빅딜이 깨지면서 삼성차는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삼성차는 해외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여러 해외 업체들이 삼성차 인수를 타진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결국 2000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총 6200억원에 삼성차를 인수하면서 삼성차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 삼성의 후광 

삼성차가 르노삼성으로 바뀌면서 르노삼성의 지분율은 르노가 70.1%, 삼성카드가 19.9%, 금융기관들이 10%를 보유하게 됐다. 현재는 르노가 금융기관들의 지분을 사들여 르노 80.1%, 삼성카드 19.9%로 재편됐다. 르노의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했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 브랜드는 생소했다.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삼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삼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관계는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경영실적에 비례해 일정 비율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한다.(적자가 났을 때는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삼성에 연간 100억원 안팎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 르노는 삼성의 브랜드를 이용해 국내 시장에 안착을, 삼성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삼성차는 르노삼성으로 이름을 바꾼 후 국내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SM5모델의 성공은 르노삼성을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게 한 모멘텀이 됐다. 당시 국내 중형차 시장은 현대차의 쏘나타 독주체제였다. 르노삼성의 SM5는 쏘나타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쏘나타를 대체할 대안으로 꼽히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엔진 동력계통 5년, 10만km 무상보증)을 구사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품질과 마케팅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둔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르노삼성은 본격적으로 르노가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지난 2001년부터 매출액이 조(兆)단위로 불어났다. 다만 당시에는 국내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입지가 탄탄치 못한 탓에 이익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SM5의 저변이 조금씩 확대되면서 르노삼성의 영업이익은 지난 2006년 2245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지난 2010년 이후부터 서서히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라인업 부족과 모델 노후화로 국내 시장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르노 본사에서는 르노삼성에 대해 신차 투입을 망설였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르노삼성의 실적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르노삼성은 지난 2011년 214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후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라인업 부족과 모델 노후화는 여전히 르노삼성의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 삼성과의 결별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 승부수를 던졌다. 소형 SUV인 'QM3'다.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해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가격은 유렵 현지보다 낮게 책정했다. 르노삼성의 한국 시장에서의 위치가 불안한 만큼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마침 국내에 불어닥친 레저붐에 힘입어 'QM3'는 불티나게 판매됐다.
 
추락을 거듭하던 르노삼성에게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르노삼성은 야심작 SM6를 후속타자로 내놨다. SM6의 사전 계약대수는 사전계약 한달만에 이미 1만1000대를 넘어섰다. SM6도 QM3 때와 같은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전략이다.
 

▲ 르노삼성은 작년 말 전시장의 SI를 전면 교체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르노가 삼성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SM6가 출시와 동시에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SM6의 안착 여부에 따라 향후 르노삼성의 행보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SM6가 성공한다면 순차적으로 르노의 SUV모델 등 다양한 차량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내수 시장을 되찾겠다는 것이 르노의 생각이다. 따라서 SM6의 성공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SM6가 성공하고 르노가 본사 차원에서 르노 브랜드만으로 충분히 국내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삼성과의 결별은 정해진 수순이다. 르노삼성이 회사명에 '삼성'을 달고 태풍모양의 엠블럼을 차량에 붙일 수 있는 기간은 오는 2020년까지다.

작년 말 르노삼성은 판매 전시장의 디자인과 컬러를 바꿨다. 전통적인 삼성의 색상인 파란색에서 르노의 색상인 노란색으로 변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삼성과의 결별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GM대우의 경우도 결국 대우브랜드를 버리고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국내에 '쉐보레' 모델을 들여왔다.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도 이런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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