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가상현실을 낙점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관련기기를 내놓는 등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상현실 분야의 전망과 현황, 과제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가상현실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퉈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가상현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VR기기들을 선보이며 경쟁강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VR관련 기기들을 내놓으며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LG전자는 구글과 연합한 상태다. SK텔레콤, KT 등도 VR시장 확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5세대(5G) 통신기술을 선보이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 글로벌 공룡들이 뛴다
현재 가상현실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오큘러스(Oculus)다. 오큘러스가 특히 이름값을 높인 것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3월 무려 23억달러라는 돈을 들여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다.
특히 최근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PC용 VR기기 '오큘러스 리프트(Rift)'를 공개하고 이달말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사용자들의 시선에 따라 화면이 전환돼 몰입감을 높였으며 소비자가격은 북미기준 599달러로 책정됐다.
조립식 VR단말기 '카드보드(Cardboard)'를 선보였던 구글은 VR용 헤드셋과 360도 카메라 동영상 등을 제공중이다. 지난해에는 증강현실업체인 매직리프에 5억4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소니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동되는 PS VR을 상반기중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콘솔게임 분야에서의 강점을 가상현실 시장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현실속에서 가상 3D 이미지를 접목시키는 '홀로렌즈'를 선보였고, HTC도 게임회사인 밸브(Valve)와 협력해 바이브(Vive)라는 VR기기를 내놓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삼성-페북·LG-구글
지난 2014년 오큘러스와 제휴하며 VR기기를 선보인 삼성전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함께 기어VR, VR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어 360'을 공개했다.
'기어 360'은 2개의 195도 어안렌즈를 탑재해 수평이나 수직방향 어디든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기어VR을 활용해 갤럭시S7 공개행사를 열며 향후 VR사업에 힘을 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 삼성전자가 MWC에서 선보인 기어VR과 기어 360. |
기어 360, 기어VR과 갤럭시S7 등을 연결해 새로운 가상현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에는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깜짝 출연하며 관심을 모았다.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VR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VR시장과 관련, MWC에서 기자들과 만나 "VR용 카메라가 보급되면 엄청난 양의 컨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과의 관계에 대해선 "페이스북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최고의 파트너"라며 "전 세계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VR컨텐츠를 제작하는 바오밥 스튜디오에 6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최근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VR 재생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WEVR에도 2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최근 MWC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행사에 깜짝 등장해 고동진 사장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삼성전자가 페이스북과 협력관계를 맺었다면 LG전자는 구글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LG전자도 MWC에서 전략 스마트폰 G5와 함께 'LG 360 VR', '360 캠'을 선보였다.
'LG 360 VR’은 삼성 제품과 달리 유선연결 방식을 선택해 무게를 줄였다. 2미터 거리에서 13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보는 것과 동일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고, 구글의 ‘카드보드’에서 제공하는 모든 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LG 360 캠’도 삼성 '기어 360'과 마찬가지로 360도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다. 원형인 삼성과 달리 스틱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 제품은 특히 구글 '스트리트 뷰' 호환제품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 제품으로 찍은 화면을 '스트리트 뷰'에 곧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 LG전자 역시 VR기기와 360 촬영이 가능한 제품 등을 선보였다. LG전자 360 캠은 구글 스트리트 뷰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VR과 관련한 기기들을 선보였다면 SKT와 KT는 이번 MWC에서 차세대 기술인 5세대(5G) 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오는 2020년까지 상용화가 목표인 5G는 4G에 비해 약 100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5G를 이용하면 초당 약 20기가 바이트의 속도를 낼 수 있다. VR관련 컨텐츠 전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시장 확대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상현실 시장은 플랫폼이나 관련기기 등의 분야에서 한 업체가 모든 것을 다 맡아서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와 페이스북, LG전자와 구글의 사례처럼 강점을 가진 기업들끼리 연합하는 구도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