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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승부수]①`미래전략` 새 그림 그리다

  • 2016.04.04(월) 14:18

후순위 친환경차, '연비과장' 사태 이후 급부상
성장 전략 수정 `중장기 로드맵`맞춰 신작 출시

현대·기아차가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잇따라 친환경차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현대·기아차의 전략이 변화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축은 친환경차와 럭셔리카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대중차보다는 친환경차와 럭셔리카에 방점을 찍겠다는 선언이다. 친환경차와 럭셔리카는 현대·기아차에게 새로운 먹거리이자 도전인 셈이다.[편집자]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발표한 친환경차 중장기 로드맵에 맞춰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개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에 있어 친환경차는 미래에 나가야 할 방향 정도의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본격적으로 현실화시키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성장 전략을 수정했음을 의미한다. 친환경차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방중인 셈이다.

◇ 후순위였던 친환경차 개발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개발에 있어 후발주자다.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도요타의 경우 70년대에 이미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기아차는 90년대에 들어서야 친환경차 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당시만해도 양적 성장이 지상과제였다. 친환경차 개발은 현대·기아차의 성장 전략에서 후순위였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70년대부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착수했던 도요타는 97년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최근 도요타는 4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했을 만큼 친환경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 현대차가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FGV-1.


도요타의 질주에 자극받은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나섰다. 후발주자였던 만큼 독자적인 친환경차 분야를 개척하기에는위험부담이 컸다. 비교적 안전한 길인 하이브리드를 시작점으로 선택한 이유다. 현대차는 1995년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FGV-1을 공개했다. 친환경차 시대를 여는 시작이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조금씩 친환경차에 관심을 높여나갔다. 1999년에는 FGV-2,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내놨다. 2000년에는 무단변속기를 적용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베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에 성공했다. 또 2009년 7월에는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하면서 조금씩 친환경차에 대한 비중 확대에 나섰다.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비중을 두게된 계기는 2010년 내놓은 국내 최초 고속 전기차 '블루온'부터다. 이때부터 친환경차 개발에 대해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3종 세트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이것이 현재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수 있게된 원동력이 됐다.

◇ 연비 논란, 현대·기아차를 깨우다


현대·기아차에게 친환경차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었다. 그 '언젠가'의 시기를 정하는 것이 늘 숙제였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질적 성장을 선언했다. 일종의 '제 값 받기' 선언이었다. 더 이상 양적 성장을 위해 무리한 비용을 쓰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품질로 제대로 인정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질적 성장 선언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그동안 판매 확대에만 주력했던 현대·기아차가 비로소 품질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출이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질적 성장 선언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전할때도 홀로 질주했다.

현대·기아차의 독주에는 한계가 있었다. 2013년부터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작년까지 3년 연속 실적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성장 동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에게, 해외 시장에서는 신흥국 경기침체와 환율 변동 등으로 고전했다.


▲ 현대차는 올해 첫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을 선보였다. 현대차의 '아이오닉'은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개벌 중장기 로드맵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내놓으면서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차도 로드맵에 의거 최근 국내 첫 하이브리드 소형 SUV인 '니로'를 내놨다.

때마침 현대·기아차는 국내외에서 '연비 과장' 논란까지 겹치며 큰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였다. '연비 과장' 논란이 확대되자 현대·기아차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함과 동시에 연비도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 친환경차 개발과 연비 향상을 주된 골자로 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22개 차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소형에서부터 SUV에 이르는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20년 전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글로벌 2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결국 현대·기아차를 궁지로 몰았던 '연비 과장' 논란은 현대·기아차를 친환경차 시장에 더욱 빨리 뛰어들게끔 한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로드맵에 따라 잇따라 친환경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하이브리드카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전기차, 플로그인하이브리드카까지 진출한 상태다.

◇ 친환경차, 이제는 메인이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친환경차를 메인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작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급속도로 높아진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HS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의 판매량이 2014년 184만대 판매에서 오는 2020년 394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도 2019년 100만대 돌파에 이어 2020년에는 13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을 친환경차 본격 출시의 예열 기간으로 삼았다. 쏘나타를 비롯 K5 등 기존 양산모델의 친환경 모델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출시다. 기존의 익숙한 모델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모델들을 선보여 판매 확대를 노리기 위해서다. 또 시장 상황을 가늠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 자료:IHS.

작년 양산 모델의 친환경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출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물론 그동안 관망만 하고 있었던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계산이다.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도 올해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뛰어든 또 다른 이유다. 올해 현대차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6.4% 줄었다. 기아차는 6.1%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지탱해왔던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이 심각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 대해 내부적으로 양산 모델 판매 확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과거와 같은 전략과 아이템만으로는 곤란하다"며 "최근 친환경차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친환경차를 미래 먹거리로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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