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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승부수]③'럭셔리'로 뚫는다

  • 2016.04.08(금) 08:13

판매·실적 부진 지속 "성장 한계" 판단
'럭셔리'로 돌파구 마련…'수익성' 중시

현대·기아차는 작년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더 이상 대중 브랜드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이 내부 분석 결과였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시장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서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은 악화일로였다.

현대·기아차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친환경'과 '럭셔리'다. '친환경'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트렌드인 만큼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다. 그리고 준비도 오랜 기간 해왔다. 하지만 '럭셔리'는 다르다.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개척해야하는 분야다.

◇ '한계'에 봉착하다

사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위기론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판매가 감소하고 실적이 부진할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다. 그때마다 현대·기아차는 보란 듯이 위기를 돌파해왔다. 특유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의적절한 신차 투입으로 위기를 넘어섰다. 시장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현대·기아차의 질주는 계속됐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연도별 판매량이 이를 말해 준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율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작년에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해외 판매가 무너지면서 목표였던 830만대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내수에서는 수입차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로컬업체에게 밀렸다. 또 신흥국 시장 불안과 환율 변동 등도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판매가 주춤하다보니 실적도 부진했다. 현대차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7조원대로, 작년에는 6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14년 2조원대로 떨어진 이후 작년까지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부진에 대해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제는 정말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위기때마다 신차를 출시하면서 반전에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차들 중 예전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모델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시장과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장이 한계점에 다달았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판매와 실적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럭셔리'를 선택한 이유

현대·기아차가 처음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고민했던 것은 2008년이다. 당시 현대차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했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가 만든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의 성공여부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아예 럭셔리 브랜드로 론칭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판매량 경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개념만 있었을 뿐 실제로 이를 현실화 시키기에는 내부 역량을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판매 부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럭셔리 브랜드 론칭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중 브랜드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글로벌 톱클래스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고급 사양의 자동차 생산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작년 11월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기아차의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대중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안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작년 별도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은 현대·기아차의 성장 전략이 '양(量)'에서 '질(質)'로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전체 판매 대수가 줄어들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럭셔리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자동차 업체에게 판매 감소는 가장 큰 악재다. 이를 감수하고라도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중차 브랜드만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한 것이다. 판매량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제네시스' 론칭은 일종의 모험이자 동시에 도전이다.

2014년 기준으로 '렉서스'를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6%, '아우디'를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영업이익률은 6.0%다. 세계 자동차 업체 평균 영업이익률 3.9%를 크게 웃돈다. 이것이 현대·기아차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하고 시장 안착에 사력을 다 하는 이유다.

◇ 시작이 좋다

현대·기아차의 럭셔리 전략의 주체는 현대차다. 세단에 강점이 있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주도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플랫폼 통합 등을 통해 기아차에도 럭셔리 전략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현대차 주도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를 살펴본 후 럭셔리 전략 적용 범위를 SUV까지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우선 기존의 2세대 '제네시스'를 'G80'으로 명명하고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진짜 시작은 작년 12월 출시한 에쿠스 후속 'EQ900'이다. 현대차는 'EQ900'을 글로벌 시장에 'G90'으로 선보인다. 'G'시리즈 라인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 '제네시스' 브랜드의 사실상 첫 작품인 'EQ900'. 'EQ900'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EQ900'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출시될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Q900'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다. 작년 12월 출시 이후 'EQ900'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각각 2146대, 2476대를 판매했다. 3월에는 3570대가 판매되며 월 판매 3000대를 넘어섰다.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이 작고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EQ900'의 판매량은 주목할만 하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EQ900'을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 시장에서 'EQ900'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또 최근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 비전을 담은 4도어 스포츠 세단형 콘셉트카인 ‘뉴욕 콘셉트’도 공개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 '제네시스' 브랜드가 최근 공개한 4도어 스포츠 세단형 콘셉트카 '뉴욕 콘셉트'.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성장 전략 중 하나로 '럭셔리'를 잡은 것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앞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될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얼마나 통할지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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