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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혁명 4.0]①2016년의 '밥그릇 싸움'

  • 2016.07.27(수) 14:51

현대차 등 부분파업 돌입…본격 파업 위한 '워밍업'
임금 문제가 핵심 쟁점…'노조 이기주의' 극복 관심

하투(夏鬪)의 계절이 왔다. 이 시기 대한민국 노사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파업 때문이다. 이제 노조에게 파업은 연례행사다. 사측에게는 매년 겪는 홍역이다. 문제는 파업이 단순히 노사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리면서 세대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파업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와 영향,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다양한 사례와 의견들을 들어본다. [편집자]


올해 하투의 키워드도 역시 '임금'이다. 매년 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사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다만 예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 현대차는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유례없는 불황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파업이라 더욱 시선이 쏠린다.

심지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23년만에 연대 파업을 벌였다. 여기에 기아차, 한국GM도 파업에 동참했다. 지금은 비록 부분파업 수준이지만 여름 휴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파업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노조도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한국 경제가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 타오르는 파업 불씨

현대차는 올해도 파업을 진행했다. 5년 연속 파업이다. 현재는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다. 서서히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장 우려스러운 일인 전면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주 총 네 차례에 거친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27일 또 한 차례의 부분 파업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27일과 29일 오후 4시간씩 구조조정 대상 사업부 조합원이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파업을 진행하면서 23년만에 동시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최근 23년만에 동시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동시 파업을 진행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 산업계의 대표적인 대형 사업장 두 곳에서 공동으로 파업을 진행한 것은 기타 사업장에서도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투 시기 초반부터 노조가 분위기를 파업으로 잡아가면서 연쇄 파업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실제로 금속노조 주도의 파업이 진행됐다.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에 맞춰 기아차도 파업을 진행했다. 한국GM도 동참했다. 상위 단체의 파업 주도에 조금씩 세(勢)가 불어나는 모양새다. 그동안은 각자 사업장별로 파업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예전에 비해 조직적이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11년만에 파업을 준비중이다. 금융노조도 다음달 23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제조업 사업장 위주의 파업이 이제는 금융 등 여타 산업군으로도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 올해 노사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가뜩이나 힘든데…

올해 노조의 파업이 다른 때보다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각 사업장별 상황이 특수해서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대부분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침체 지속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 올해 노조의 파업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마당에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카드를 빼든 것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노조의 행태에 여론도 비판 일색이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다.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현대차의 경우 해외 시장, 특히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 감소했다. 판매도 전년대비 0.9% 줄었다. 신흥 시장 판매량은 4.6%나 감소했다.

▲ 현대중공업 16년 2분기는 시장 전망치.

전망도 좋지 않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통화 약세 부담도 여전하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유럽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사드 배치로 중국 시장 위축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상황에는 아랑곳 없다. 기본급 7.2%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업황 부진과 해양플랜트 부실이 겹친 결과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최근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자산매각,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는 3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매월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주가 급감해 당장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 노조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 얼마나 번질까

올해 노조 파업의 가장 큰 이유는 '임금'때문이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모두 노사간 임금 인상분에 대한 의견차가 크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조종사 노조는 임금 37%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1.9%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도, 현대중공업도 사측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요구하는 만큼의 인상 여력이 없다.

반면 벌써부터 파업에 따른 손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비록 부분 파업일지라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면 손해다. 현대차는 이미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차질과 2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아 손실이 거의 없지만 향후 전면파업에 들어갈 경우에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작년에는 9차례 부분 파업으로 106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는 31개소 4만6400명, 22일 금속노조 파업에는 77개소 8만6800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른 생산차질 규모는 53개소, 247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 기간 동안 진행된 현대차의 부분파업 손실까지 합하면 불과 네차례의 부분 파업만으로도 약 33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 된다. 

▲ 업계에서는 주요 업체들의 여름 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중순쯤부터 본격적인 하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하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부분 파업은 본격적인 하투 진행을 위한 '워밍업' 정도라는 이야기다. 일단 분위기를 만든 이후 휴가 이후 총파업 등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다음달 중순 이후 파업이 본격화되면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하투에 얼마나 많은 노조들이 파업 카드를 빼들 것이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등 대형 사업장 노조의 움직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선업의 경우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려워 생각보다 전면 파업 등의 강공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후폭풍을 맞고 있는데다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조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일부 대형 노조들의 경우 노조 이기주의에 휩싸여 과거의 구태(舊態)를 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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