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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車]'신형 그랜저' 구원투수 될까

  • 2016.10.24(월) 18:13

현대차 판매 부진·품질 논란 해결할 기대주
차별성 부각 필요…LF쏘나타 전철 밟을 수도

"'신형 그랜저'가 나오면 좀 숨통이 트이지 않겠습니까." 

기대가 크다. 사면초가에 빠진 현대차에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볼륨 모델이다.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 세단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그랜저의 신모델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가 큰 기대를 걸만 하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많은 것을 걸었다. 우선 판매 확대다. 신형 그랜저는 판매 부진을 돌파할 모티브다. 또 하나는 무너진 품질 신뢰도 회복이다. 신형 그랜저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LF쏘나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어서다.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는 이유다.



◇ 제네시스 DNA를 이식하다

신형 그랜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11월 중순쯤 공개될 에정이다. 당초 12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급박한 현대차가 출시일을 앞당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출시일을 앞당긴 것은 판매 부진 회복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각 매체 등을 통해 신형 그랜저의 실제 도로 주행 모습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물론 위장막을 쓴 모습이지만 대략적인 외관 이미지는 가늠할 수 있다. 신형 그랜저는 제네시스에 버금가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췄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 신형 그랜저 예상 렌더링(출처:BRENTHON).

신형 그랜저에 제네시스의 DNA를 이식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최고급 모델이다. 신형 그랜저에 그만큼 럭셔리감을 더했다는 이야기다. 제네시스는 독자 브랜드로 독립했다. 아슬란이 있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미약하다. 따라서 현대차의 실질적인 최고급 모델 역할을 해야한다.

또 제네시스는 현재 출시 이후 품질 논란이 전혀 없는 모델이다. 그런 제네시스의 DNA가 이식된 만큼 신형 그랜저는 적어도 품질 결함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한다. 물론 출시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다만 그만큼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업계 등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에는 EQ900, G80 등 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된 부분 자율주행 신기술과 고급 편의사양이 대거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제네시스에서 사용된 최신 운전보조장치와 차체강성 향상, 서스펜션 재설계 등 전면적인 변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

신형 그랜저는 6세대 모델이다. 지난 86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한 이후 30년간 국내 준대형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동안 숱한 도전자가 있었음에도 불구 국내 시장에서 그랜저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해왔다. 현대차가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 세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그랜저의 판매량은 3만9975대다. 전년대비 34.4% 감소한 수치다. 수치상으로 그랜저의 올해 판매는 저조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개별소비세인하가 종료됐다. 아울러 출시된 지 5년이 되면서 모델 노후화 현상도 나타났다. 여기에 기아차가 신형 K7을 선보이면서 선전한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랜저가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 세단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판매에서 보여준 저력 때문이다. 86년 1세대 출시 이후 지난 9월까지 총 5세대를 거듭한 그랜저의 내수 판매량은 총 147만6951대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5세대(HG)로 총 50만3145대를 기록했다.

▲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단위:대)
   *5세대는 첫 출시된 201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판매량.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승용모델 중 아반떼, 쏘나타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이다. 준중형에는 아반떼, 중형에는 쏘나타, 준대형에는 그랜저를 앞세운 현대차의 승용 라인업은 막강했다.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경쟁력있는 라인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의 내수 판매 상황은 좋지 않다. 개별소비세인하 종료와 더불어 경쟁업체들의 도전, 파업 등으로 올해 판매 목표 미달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믿었던 볼륨 모델들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아반떼만 전년대비 판매가 늘었을 뿐 쏘나타(-15.4%), 그랜저(-34.4%)는 감소했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501만대다. 올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목표치의 69.4%에 불과한 347만9326대다. 10월에서 12월까지 월 평균 50만대씩을 판매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따라서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형 그랜저가 출시돼도 이 수치를 맞출 수는 없다. 다만 충격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 LF쏘나타 전철 밟을까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에도 내수 판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현대차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볼륨 모델의 신차 효과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내놓을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목표 달성은 어렵겠지만 신형 그랜저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그나마 위안거리는 된다. 적어도 소비자들이 완전히 현대차에서 돌아서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이번 신형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좀 더 강력하고 촘촘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면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지난 2014년 출시된 7세대 LF쏘나타가 대표적이다. LF쏘나타는 그동안 현대차가 내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을 깨트린 사례다.

2014년 출시 당시 LF쏘나타는 지금의 신형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볼륨 모델인데다, 인기 모델이어서다. 출시 전 현대차를 구할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LF쏘나타는 높은 기대와 달리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 신형 그랜저 처한 상황은 2년전 LF쏘나타 출시 당시와 비슷하다.  LF쏘나타는 수입차에 밀리고 있던 현대차에게 내수 시장을 회복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기대를 모았으나, 출시 초반에만 반짝했을 뿐 이후에는 계속 힘을 쓰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신형 그랜저가 LF쏘나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세대 모델과의 차별점이 부각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시 수입차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치열했던데다 현대차의 안일한 마케팅 탓에 LF쏘나타는 출시 초기부터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무관심으로 현대차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출시 첫달 1만1904대를 기록했던 LF쏘나타의 판매량은 출시 5개월만에 4353대로 급감했다.

결국 현대차는 LF쏘나타 출시 당시 공언했던 "LF쏘나타 택시 모델 출시는 없다"는 말을 뒤집고 택시 모델을 내놨다. 부진한 판매량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7세대 LF쏘나타의 실패는 현대차에게 많은 교훈을 줬다. 안일한 마케팅이 가져올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

신형 그랜저가 처한 상황도 2년 전 LF쏘나타 출시 당시와 비슷하다. 부진한 내수 판매와 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부담 등을 지니고있다. 업계에서는 신형 그랜저가 LF쏘나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것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와 눈은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다"며 "신형 그랜저가 기존 세대의 것과 확실하게 차별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면 승산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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