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쉐보레 '올 뉴 말리부'를 앞세워 중형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출시 초기 큰 관심을 끌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균열이 일어난 중형차 시장의 틈을 잘 공략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의 SM6가 틈을 벌렸고 그곳을 '올 뉴 말리부'가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이번 기회를 살려 국내 중형차 시장에 쉐보레 브랜드를 확실히 심겠다는 의지다. 국내 시장에서 경차를 제외한 여타 부분에서는 유독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GM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는다는 생각이다. '올 뉴 말리부'의 상품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
한국GM은 이번 기회를 살려 국내 중형차 시장에 쉐보레 브랜드를 확실히 심겠다는 의지다. 국내 시장에서 경차를 제외한 여타 부분에서는 유독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GM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는다는 생각이다. '올 뉴 말리부'의 상품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
◇ 틈을 파고 들다
올해 국내 중형차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부동의 투톱이었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기아차의 K5는 그동안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랬던 것이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 중심의 중형차 시장이 흔들린 적은 과거 2000년대 초반 르노삼성의 SM5가 돌풍을 일으킨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현대·기아차는 SM5의 거센 도전에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SM5는 로느삼성의 모델 노후화 탓에 점차 시장에서 밀려났고 현대·기아차의 시장 장악은 더욱 공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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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이어진 현대·기아차 중심의 시장 구조는 올해 3월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의 야심작 SM6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SM6는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기아차에 염증을 느꼈던 많은 소비자들이 일제히 SM6를 선택했다. 공고했던 국내 중형차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셈이다.
SM6는 빠르게 시장에 파고 들었다. 균열로 인한 틈은 더욱 벌어졌다. 쏘나타와 K5의 판매량은 떨어지고 SM6의 판매량은 조금씩 증가했다. 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한국GM은 조심스럽게 중형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쉐보레의 신차 '올 뉴 말리부'를 앞세웠다.
'올 뉴 말리부'는 SM6가 벌여 놓은 틈을 효과적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지난 4월말 출시돼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면서 '올 뉴 말리부'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이후 쏘나타와 K5의 판매량은 하락세다. 반면 SM6와 '올 뉴 말리부'의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다.
◇ 조금씩 드러나는 존재감
'올 뉴 말리부'는 단기간 내에 한국GM의 주력 모델로 떠올랐다. 사실 한국GM의 가장 큰 고민은 경차인 스파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히트모델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는 달라졌다. '올 뉴 말리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체 판매 실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올 뉴 말리부'가 본격적으로 출시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올 뉴 말리부'가 한국GM의 승용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4.3%에 달했다. 한국GM이 판매한 차량의 10대 중 3대가 '올 뉴 말리부'였던 셈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GM 전체 승용 판매량 대비 비율은 44.7%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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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말리부'의 인기 이유는 기존 모델보다 세련미가 더해진 디자인과 중형차 이상의 넓은 차체를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고장력 강판 사용을 늘리고 경량화 기술을 더해 보다 가볍고 안전해졌다. 연비 향상은 물론이다. 파워트레인도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채택,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올 뉴 말리부'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비롯해 모든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특히 최근 추가된 전방추돌방지 항목에서도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수동형은 물론 자동 긴급제동시스템 등 능동형 안전장치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성 강화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 뉴 말리부'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누적 판매 3만대를 돌파했다. 한국GM의 중형차 내수판매가 3만대를 돌파한 것은 과거 GM대우 시절인 2006년 이후 10년만이다. 올해 9월까지 국내 가솔린 중형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60.1%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 남은 숙제는
숙제도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GM의 '올 뉴 말리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현상이다. 전체 판매량의 30%가 넘는 비중을 하나의 모델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GM에게 큰 리스크다. 자칫 '올 뉴 말리부'의 판매가 주춤해지면 전체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GM의 경우 이렇다 할 히트 모델이 없는 만큼 갈수록 '올 뉴 말리부'에 대한 의존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기차인 '볼트EV'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취약한 것을 감안하면 큰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대형 세단 '임팔라'의 경우도 공급과 판매 불균형으로 인기가 사그러든 상태다. 지난 10월 '임팔라'의 판매량은 585대로 전년대비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승용 모델 중 월 1000대 이상 판매된 모델은 '스파크'와 '크루즈', '올 뉴 말리부'뿐이었다. 그나마 '크루즈'도 모델 노후화 등으로 전년대비 판매가 9% 줄어든 상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RV모델의 경우도 최근 새롭게 출시한 트랙스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들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캡티바'는 전년대비 78%, '올란도'는 19.6% 감소했다. 결국 전체 판매를 '스파크'와 '올 뉴 말리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올 뉴 말리부'에 대한 품질 결함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사로에서 시동꺼짐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주력 모델의 품질 결함은 자동차 업체에게 큰 타격이다. 판매 불균형과 품질 결함 논란은 한국GM이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