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력모델 쏘나타가 턱밑까지 쫓아온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한 ‘히든카드’를 꺼냈다. 더 나아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시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치 825만대 달성을 위한 승부수이기도 하다.
쏘나타 판매량은 현대차 실적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쏘나타의 부진 탈출은 올해 판매량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다. 현대차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두고 신차 수준의 변화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 중형차 강자 ‘쏘나타’는 옛말
쏘나타는 국내 중형차를 대표하는 이른바 ‘국민차’ 중 하나로 통했다. 그룹 내 기아차의 K5 정도가 경쟁자로 꼽혔을 뿐 쏘나타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모델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국GM의 말리부가 등장하면서 쏘나타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2014년 출시된 LF쏘나타가 이전 모델에 비해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 모델 노후화도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동급 경쟁 모델로 옮겨갔다.
조금씩 생겼던 쏘나타 아성의 균열이 지난해에는 급격히 커졌다. 한국GM이 신차 ‘올 뉴 말리부’를 출시했고, 르노삼성 역시 SM6를 내놓으며 쏘나타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SM6의 성장세가 매섭다. 업계에선 말리부가 만든 틈새를 SM6가 적절히 파고든 것으로 분석한다. SM6는 르노가 이미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탈리스만’과 동일 모델이다. 상품성 면에선 인정을 받은 만큼 소비자들은 SM6의 국내 출시를 기다리며 가격에 관심을 가졌다.
르노삼성은 가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중형차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SM6 가격을 2000만원 대로 책정했다. 전략은 유효했다. 옵션 항목 등을 포함하면 3000만원을 훌쩍 넘겨 비싸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SM6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결국 중형차 시장의 판도가 흔들렸다. 쏘나타 판매량은 급감한 반면 SM6와 말리부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쏘나타 내수시장 판매량은 8만2203대에 머물며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2015년 59.1% 수준이던 쏘나타의 국내 중형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7.2%로 21.9%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SM6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5만7478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숨에 중형차 시장 2위 자리를 꿰찼다. 점유율은 26%로 쏘나타를 바짝 뒤쫓았다. 한국GM 말리부도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은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한 3만6558대, 점유율도 16.6%로 끌어올렸다.
◇ 쏘나타 뉴라이즈, 옛 명성 되찾을까
현대차도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현 상황이라면 올해 중형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현대차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서둘러 내놓고, 신차급 수준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한 이유다.
쏘나타를 비롯한 중형차 소비 세대가 20~40대로 젊어진 만큼 현대차는 쏘나타를 젊게 변신 시키는데 주력했다.
디자인은 스포티한 감성을 살리는데 공을 들였다. 전면부의 그릴 위치는 최대한 아래로 낮추고 캐스캐이딩 그릴 중앙과 외곽 크롬 라인 두께를 차별화했다. 뒷모습은 번호판을 범퍼 하단부로 배치하고, 대신 이 자리에는 현대 엠블럼 일체형 트렁크 스위치와 쏘나타 영문명을 배치해 와이드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 현대차는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를 출시, 중형차 시장 지위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안전 및 편의사양도 강화했다. 지능형 안전기술 패키지인 ‘현대 스마트 센스’에는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을 추가했고, 원터치 공기청정 모드와 내 차 위치 공유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탑재했다. 이와 함께 기존 모델보다 연비도 개선했다.
탑재된 편의사양을 늘렸지만 가격은 동결했다. 신차급 디자인과 사양으로 변신을 꾀함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쏘나타 뉴라이즈 가격은 2255만~2933만원(가솔린 2.0 기준)에 책정돼 올 뉴 말리부(2310만~2901만원, 1.5L 터보 기준) 및 SM6(2420만~2995만원, 2.0GDe 기준)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장에선 쏘나타 뉴라이즈가 판매량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는 부진했던 LF쏘나타 판매를 만회하는 수준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미국에는 6월, 중국에는 8월 출시돼 늘어나는 인센티브(차량 판매를 위해 업체가 제공하는 혜택)를 진정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