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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전기요금 폭탄, 이제는 사라질까

  • 2016.11.30(수) 15:50

올 여름, 무더위에 지쳤던 국민들은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에 에어컨조차 맘껏 틀지 못했습니다. 바로 12년 전에 만들어진 6단계, 최대 11.7배에 달하는 누진제 때문인데요. 전기 소비가 늘어날수록 단위 당 붙는 전기요금이 급증하는 구조가 바로 누진제죠.

 

이에 불만을 나타내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누진제 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요율도 낮춘다는 계획인데요. 누진제는 왜 도입됐고, 새롭게 제시된 개편 안은 어떤 것인지 한 번 알아볼까요?

 

 

# 에너지 절약 위해 탄생한 ‘누진제’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입된 것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직전(1973년) 터진 제1차 석유파동이 가장 큰 이유인데요. 에너지 자원이 적은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전기 생산 단가가 급증하며 경제성장에 위협을 받자 국민들의 에너지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죠.

 

이후 유가와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누진 단계 및 누진율은 지속적으로 변해왔습니다. 올해 전기요금 폭탄을 안긴 현 누진제는 2004년 도입됐는데요. 12년 전에 만들어진 탓에 늘어난 국민소득과 소비패턴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에어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셈이죠.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국민들은 유독 주택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점에도 불만을 표합니다.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제조기업들은 제조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전기에는 높은 요율을 적용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에는 전력소비 시간과 계절에 따라 차등된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주택용에만 과도하게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용은 누진제로, 산업 및 일반용에는 계절·시간에 따른 차등요금제를 적용해 전력 과소비를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 누진제 6단계→3단계로

 

이유가 어쨌든 올 여름 국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에 정부는 누진 구간을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요율도 낮추기로 했는데요. 약 3개월의 TF팀 활동 끝에 3개 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1안은 첫 번째 구간 기준을 전력 필수사용량인 200kWh(킬로와트시)로, 두 번째 구간은 평균사용량인 400kWh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400kWh 이상은 세 번째 구간이죠. 요율은 선진국 사례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2안은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데 주안점을 뒀는데요. 기존 1·2구간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올 여름처럼 무더울 때 에어컨 등 사용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3단계 이상을 통합해 하나로 묶는 것입니다.

 

마지막 3안은 1안과 2안의 절충안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구간을 나눈 기준은 1안과 같지만 각 구간에 적용되는 요율은 1안보다 낮아 요금인하폭이 더 크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 3안이 가장 합리적?

 

각 안 특징을 살펴보면, 1안은 최고 단계 요율이 kWh 당 312원으로 다른 안보다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력소비가 많은 가구의 요금인하 혜택은 비교적 크지 않은데요. 반면 전력소비가 적은 가구의 요금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한 달 전력 사용량이 236kWh가 넘지 않는 1122만 가구의 경우, 요금 부담이 최대 4330원 증가한다는 분석입니다.

 

2안은 1·2구간이 현행과 같은 까닭에 전기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또 3구간을 통합해 전력소비가 많은 가구의 요금부담은 크게 감소하는 반면 300kWh까지 사용하는 가구의 요금부담은 지금과 같은데요. 이 때문에 전력소비가 많은,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 3안은 최고단계 요율이 kWh 당 280.6원으로 1안보단 낮지만 기존과 차이가 적어 다소비 가구 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또 1안처럼 발생할 수 있는 저소비 가구의 손해를 막기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전력소비가 적은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필수소비량 만큼 소비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합니다.

 

 

# 주택용 전기도 계시별 요금제로

 

누진제 개편과 함께 집행과정 문제점도 함께 개선할 계획입니다. 특히 검침일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기간이 달라져 전기요금 자체가 변할 수 있는데요. 이에 한전은 희망검침일 제도를 전 가구로 확대 시행하는 것과 동시에 2020년까지 AMI(자동원격검침)를 구축해 자동으로 전력소비량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계시별로 다양한 요금제를 설계해보고, 2018~2019년에는 AMI 설치가구 대상으로 누진제나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할 계획입니다. 2020년에는 계시별 요금제를 전면 도입해 모든 주택용 소비자가 누진제와 계시별 요금제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에너지 빈곤층 돕는다

 

한전은 사회적 배려계층 지원도 늘릴 것이라고 합니다. 현행 취약계층에 대한 정액할인 한도를 늘려 필수사용량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는 월 8000원에서 1만6000원(하계 2만원)으로, 차상위계층은 월 2000원에서 8000원(하계 1만원)으로 늘어납니다.

 

또 다자녀·대가족은 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30% 할인 해주기로 했습니다. 특히 갓난아기가 있는 집은 아기의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전력소비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새롭게 할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출산가구(출산 이후)도 전기요금 30% 할인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와 함께 경로당과 복지회관 등 사회복지 시설 역시 할인율은 20%에서 30%로 확대됩니다. 

 

 

# 더 이상 찜통교실은 없다

 

교실의 학생들도 요금 개편을 통해 내년 여름부턴 찜통 교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전은 초·중·고교 전기요금 부담을 15~20% 경감하고, 유치원도 동일한 수준의 할인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교육 당국에서도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전기요금 개편안 공청회에 참석한 교육부의 한 사무관은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감사한다”며 “실제 일선 학교에서 냉난방기를 가동하는 시기를 고려해 할인기간을 좀 더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신재생에너지는? 미래는?

 

이번 개편 안 중에는 ‘슈퍼유저(Super User)’라는 개념이 새로 만들어졌는데요. 1000kWh 이상을 넘게 사용하는 가구에 한해 동·하절기에 한해 기존 최고요율(709.5원/kWh)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개편을 통해 전체적으로 요금이 인하되지만, 원래 전력소비가 많았던 가구에 대해서는 기존 요율을 적용하는 페널티를 통해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번 개편 안이 요금 인하에 주안점을 둔만큼, 향후 에너지 소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개편으로 한전이 거두는 전기요금 수익이 평균 9000억원 정도 줄어들게 되는데요. 정부가 한전의 수익을 재원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수익 감소는 미래의 에너지자원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시민들의 주장도 다르지 않은데요.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무조건적인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형태의 현재 누진제가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고치라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12월 1일이면 새로운 전기요금 체제로 개편돼 요금이 부과됩니다. 현재로선 3안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데요.

 

올 여름과 같은 전기요금 폭탄은 앞으론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소비한 만큼 값을 지불하겠다는 시민들 입장에선 이번 개편 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시민들도 만족하고, 또 미래 세대를 위해 에너지원을 낭비하지 않고 준비해 두려면 정부와 국민이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 전기요금 개편안 공청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부당성과 미래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대책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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