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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안착…스타트 잘 끊었다

  • 2016.12.08(목) 09:26

국내 판매 호조‥고급차 시장 장악
2020년 라인업 완성‥해외 성공은 과제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순항 중이다. 출범 1년만에 국내 고급차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출범 초기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현대차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메이커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현대차는 꾸준히 기본기를 닦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은 물론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도 발전을 이뤄냈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준비했다. 물론 앞으로 더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일단 시작은 좋다는 분석이다. 남은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정이다. 제네시스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 '투싼'보다 많이 팔았다

'제네시스'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작년 11월이다. 지난달이 정확히 출시 1년째다. 지난 1년간 제네시스의 국내 판매량은 총 7만142대다. 올해 들어서는 6만983대를 판매했다.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은 현대차 SUV 볼륨 모델인 투싼보다 더 많다.

아울러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구형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전년대비 74.4% 증가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과거 현대차의 구형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한 것은 물론 오히려 능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차 전체 내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4%다. 현대차 내수 판매 차량 10대 중 1대는 제네시스 브랜드였다는 이야기다. 승용 모델 판매에서도 아반떼(8만6005대), 쏘나타(7만4946대)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판매 증가는 현대차에게 분명 호재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고부가가치 모델이다. 그런만큼 이윤이 많이 남는다. 적게 팔아도 이윤이 많이 남는 모델이 판매 실적까지 좋다면 더할나위 없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그렇다. 현재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에게는 그나마 실적을 지탱해줄 버팀목이다.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아직 소비자들이 현대차 브랜드와의 경계선에 대해 모호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경계선이 더 명확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G70과 같은 모델을 출시해 제네시스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 시장 안착 요인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이처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가 그만큼 공을 들여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에게 많은 의미가 부여된 모델이다. 우선 한계에 다다른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 탈피를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지난 2014년 글로벌 800만대 판매 돌파 이후 현대차의 판매는 내리막이다.

그동안은 가격대비 좋은 성능을 앞세워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현대차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적은 판매량에도 실적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을 찾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급차 시장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가 가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알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제네시스 브랜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최고 경영진에서 전력투구하는 분야다. 정몽구 회장 체제 이후를 준비하는 정 부회장으로서는 제네시스는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대중차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네시스만의 특별팀을 구성했다. 특히 럭셔리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측면에 많은 공을 들였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비롯해 루크 동거볼케 전무, 이상엽 상무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도 변화를 줬다. 제네시스 브랜드 육성과 동시에 진행중인 고성능카 개발과 연계해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고품질을 유지토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별도의 연구개발, 품질관리, 구매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생산라인도 재정비했다. 개발에서 생산까지 오로지 제네시스만을 위한 체계를 갖췄다.

◇ 아직 본게임이 남았다

국내 시장에는 분명 안착한 것이 맞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아직이다. 현대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예선전은 잘 치렀지만 만만치 않은 본선이 남아있다. 본게임에서 제대로 승부하지 못하면 야심작 제네시스 브랜드는 공중에 붕 뜨게 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해외 출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현재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BMW, 벤츠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 장벽도 두껍고 높다. 제네시스가 넘어야 할 벽이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그 벽 앞에서 주저 앉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해외 출시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별로 모델을 달리해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고급차 시장은 대중차 시장과 다르다. 양보다는 질이다. 소비자들의 시선도 깐깐하다. 게다가 처음 진입하는 시장이다.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조심스럽다. 대중차의 경우 시장에 풀어놓으면 되지만 고급차는 아니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와 중동, 러시아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유럽은 아직이다. 유럽 시장은 고급차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차츰 범위를 좁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에는 지난 8월 G80, 10월에는 G90을 내놨다. 가격도 4만1400달러부터 시작한다. 미국 시장에서 고급차의 시작가 기준이 4만달러다. 이 보다 높게 잡은 것은 제네시스의 가치 제고와 자신감의 발로다.

지난 9월에는 중동과 러시아 시장에 G90을 내놨다. 진짜 본게임은 유럽이다. 현대차는 이미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출시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유럽과 중국 등 큰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내년 하반기에 중형 럭셔리 세단 G70을 후륜 구동 기반 플랫폼을 적용해 출시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 등을 공개해 제네시스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 모든 계획의 순조로운 진행 여부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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