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최창원 SK케미칼·SK가스 부회장은 SK건설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2000년 SK건설 전무로 몸 담은 지 13년만이다.
당시는 SK건설이 2013년 상반기 26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급속도록 악화되던 때다. 이에 책임을 지고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뿐만 아니다. 개인 지분 9.6% 중 5.6%(133만주)도 SK건설에 무상증여했다. 당시 주당가치(4만2600원)로 환산해 총 564억원어치다. 이어 2013년 12월 SK건설의 3800억원 유상증자 때는 203억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지난해 4월에 이르러 512억원을 받고 보유중이던 SK건설 지분 4.45%를 모두 처분했다. SK건설은 이렇듯 최 부회장에게 금전적으로 ‘쓴맛’을 보게 한 계열사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업 초기 SK건설을 기반으로 한 SK디앤디의 무시무시한 성장과 맞물린 최 회장의 주식가치 상승은 결과적이기는 하지만 SK건설의 최 부회장에 대한 보상이랄 수도 있겠다.
묘한 일 또 있다. SK디앤디의 최대주주는 원래 SK가스가 아니었다. 앞서 1대주주는 SK건설이었다. 2007년 6월 SK디앤디의 200억원 유상증자를 계기로 SK건설이 최대주주로 등장한 것.
총 144억원을 출자해 44.9%의 지분을 확보, 최 부회장의 38.8%를 앞질렀다. 이어 2014년 4월에는 기존 주주의 지분 5.02%를 16억1000만원에 주고 사들여 50%(투자금액 주당 2만4000원 총 16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지금처럼 SK가스가 SK디앤디의 최대주주 자리에 앉은 것은 2014년 9월이다. SK가스가 725억원에 SK건설의 지분 50%를 전량 인수했다.

흥미로운 것은 가격이다. SK건설의 주당취득가는 2만4000원(2015년 2월 5000원→1000원 액면분할 전 5000원 기준). 반면 SK가스에 넘긴 가격은 10만8700원이다.
이 가격은 5개월전 SK건설이 기존주주 지분을 인수(2만4000원)할 당시 보다 4배가 넘는다. 3개월 뒤인 2014년 12월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한 33억원 유상증자의 주당발행가(6만6000원) 보다도 46.7% 높다. 결과적으로 SK건설은 7년여 만에 투자원금의 4배 가까운 56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SK가스는 현재 SK디앤디 지분 30.9%를 보유 중이다. 소유주식은 지난 10일 무상증자(1주당 0.5주)에 따라 333만5000주에서 500만2500주로 확대됐다. 주식가치는 1400억원. 676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면서도 2대주주 최창원 부회장(1020억원)에 비할 바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