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가뭄 해결사’가 될 뻔한 사연으로 이채. 경기도 이천시가 올해 5월 말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나오는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려고 검토했다가 최근 계획을 접은 것.
미세한 먼지 하나에도 민감한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오염물질을 씻어내기 위해 다량의 물이 필요한 산업 중 하나. SK하이닉스 이천공장도 지난해 하루평균 6만8000톤(연간 2499만톤) 이상의 물을 남한강 등에서 끌어와 사용해왔고, 이는 이천시민 전체(22만명, 1인당 228ℓ 가정)가 하루동안 사용하는 수돗물 양과 맞먹는 규모.
이천시는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나오는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저수지에 가둬 사용하면 이천시 일대에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지난달 방류수가 흐르는 죽당천 일대 6곳의 수질을 분석해 농업용수 사용 가능성을 타진했던 상황.
하지만 검토 결과 질소·인산·칼륨 등 염류성분이 다른 지하수나 하천수보다 높게 나와 농업용수 활용 계획을 접었는데, 긴급한 농업용수로 쓰기엔 문제가 없으나 매년 이 물을 사용해 염류가 쌓이면 농작물이 웃자라는 등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여기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공장 방출수를 농업용수로 상시적으로 쓰진 않는다는 현실론이 작용. 더구나 이천쌀은 6년 연속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쌀 자체가 지역의 대표 특산품임. 공장 방출수를 쓸 때 브랜드 가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SK하이닉스 또한 농업용수 활용이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 실시간으로 방류수의 오염물질 농도를 파악하고 폐수재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수질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지만 만에 하나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 SK하이닉스는 2015년부터 4000억원을 들여 통합폐수처리장 구축사업을 진행 중으로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