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올해도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규모 손실은 물론 판매량 반등을 이끌어야 할 모델의 신차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달 10일부터 전날까지 총 8번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1·2조 근무자가 정상 퇴근시간보다 4시간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주말 및 공휴일 특근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정기호봉과 별도호봉 승급(4만2879원 인상), 성과급 250%에 140만원 지급, 단체개인연금 5000원 인상 및 복지포인트 10만점 지급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합의안 도출이 지연, 부분 파업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 22일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파업으로 인해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포함해 총 24차례의 파업 직격탄이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파업으로 인해 80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올해 파업은 글로벌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반등 카드로 내세운 신차들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아프다. 파업이 진행되면 주문이 밀려 있는 인기 차종이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출고 지연으로 이어진다.
결국 출시 후 3~4개월 동안 최대로 나타나는 신차효과를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날려보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차가 올 6월 처음으로 선보인 소형SUV 코나다. 코나는 30영업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실제 판매 대수는 많지 않다. 현대차는 코나의 월 평균 판매 목표로 5000대를 설정했지만 올 7월에는 314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노조와의 생산효율 협의가 지연된 탓이다. 이런 가운데 8월에도 파업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 목표치를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1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있는 신형 그랜저(IG)의 기세도 꺾일 수 있다. 그랜저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부진한 현대차가 내수에서는 나름 판매 감소 폭을 줄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효자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인기 모델은 재고물량 등을 통해 판매에 차질이 없지만 신차인 코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그랜저의 경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기아차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올 초부터 모델 노후화로 인해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올 5월 출시한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와 7월 공개한 소형 SUV 스토닉을 통해 하반기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팅어는 기아차 고급 브랜드 전략의 첫 모델로 월 1000대 이상 팔리고 있으며, 스토닉 역시 높은 가성비로 첫 달부터 1342대 판매를 기록하며 목표치(월 1500대)에 근접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는 출시 초기에 신차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여파가 불가피하다”며 “최근 출시한 신차들이 판매량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