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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워치]③주식 물려줘야할 곳에 '재단이 있다'

  • 2017.12.05(화) 11:25

승계 미약한 그룹 재단 역할 시선 집중
현대중공업·한진·CJ·OCI 등 재단, 지주사 주식 보유

대기업 공익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문제제기에 직면해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5대그룹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이후 급부상한 화두다. 그렇다고 느닷없이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보유 규제가 1990년말 도입됐다. 당시에도 대기업 공익재단은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그룹 경영권을 대물림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출연자와 관계된 사람이 해당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물론 이러한 대안은 많은 논쟁 속에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3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논란. 대기업 공익재단 문제를 비즈니스워치가 [공익재단워치]를 통해 다시 짚어본다. [편집자]

 

 

 

총수 자녀가 임원급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지분승계는 미약한 곳이 있다. 현대중공업, 한진, CJ, OCI 등이다.  [공익재단워치]①'열에 아홉' 핵심계열사 지분 보유 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익재단은 지주회사 주식을 적지않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사실상 사전증여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지분 승계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에 추가 증여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재단이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시선도 더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 지분승계 안된 그룹의 공익재단 세가지 공통점

 

아산사회복지재단와 아산나눔재단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2.35%), 일우재단·정석물류학술재단·정석인하학원이 보유한 한진칼(3.35%), CJ나눔재단·CJ문화재단이 보유한 CJ(1.0%), 송암문화재단·송도학원이 보유한 OCI(1.59%) 지분은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익재단이 보유한 주식은 모두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OCI그룹도 사실상 OCI가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지주회사체제에선 지주회사 주식만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 계열사를 컨트롤한다. 그래서 핵심 주식이다.


재단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율이 경영참여중인 총수 자녀 지분율보다 높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녀들은 훗날 부모의 주식을 물려받아야 명실상부 후계자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부담으로 지분율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때 재단이 보유한 지분이 후계자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재단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율이 모두 5%에 못 미친다는 점도 동일하다. 5%는 특정회사 지분을 공익재단에 증여할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되는 상한선이다.  따라서 이들 재단에게 앞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추가로 증여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없다.(작년까지만해도 성실공익재단의 세금면제한도는 지분율 10%였으나 올해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5%로 강화됐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먼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분 25.8%(420만2266주)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의 지분율은 0%대(단 97주)이다. 따라서 재단이 보유한 2.35%의 지분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흐름대로라면 정 부사장의 잠재적 우호지분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출연하고 정몽준 이사장이 2001년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범현대가(현대중공업·KCC·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현대종합금속)가 공동 출연한 곳이다. 정몽준 이사장이 가장 많은 금액을 출연했고 그의 딸 정남이씨가 현재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17.7% 가지고 있는 반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지분율은 2.32%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 합계 3.35%를 보유한 일우재단·정석물류학술재단·정석인하학원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3개 재단 중 한진칼 지분 2.13%를 보유한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이며, 조원태 사장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한진칼 지분 0.23%를 보유한 일우재단은 조 부사장의 모친 이명희씨가 이사장이다. 정석물류학술재단만 최근 설립 출연자인 고(故) 김정일 이사장(조양호 회장의 모친) 별세 후 직계가족이 아닌 외부인사가 맡고 있다. 


CJ그룹 지주회사 CJ는 이재현 회장이 42.07%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임원으로 승진한 장녀 이경후 상무는 0.13%에 그친다. 이재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CJ나눔·CJ문화재단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1.0%다. 증여세 면제한도인 5%이지만, 재단이 두 개여서 실질적으론 최대 9%의 지분을 세금없이 추가 증여해도 된다. 향후
지분승계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 개인지분이나 CJ 자사주가 재단으로 증여될 가능성이 높다.

 

OCI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OCI 지분 1.59%를 보유한 송암문화재단·송도학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최근 이수영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장남 이우현 사장의 상속세 납부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의 OCI 지분이 0.5%에 불과한 상황에서 부친의 지분(10.92%) 일부가 두 재단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익재단워치]의 분석대상은 아니지만 세아그룹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고(故)이운형 회장 지분의 상속자인 가족들이 협의하에 일부를 재단 몫으로 상속했다. 세아 뿐만 아니라 창업주 1세에서 2세로 넘어오던 시기에 선대회장의 지분을 직접받지 않고 재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상속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OCI에도 두개의 재단이 있는 만큼 이러한 절차를 일부 밟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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