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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워치]⑦오너 세대교체기 재등장한 '의결권 제한'

  • 2017.12.07(목) 09:55

90년대에 이어 편법승계 차단용으로 부각
김상조 공정위원장 언급…여권 의결권제한 법안 발의
"지배력유지에 동원 규제"vs "과잉규제로 재단활동 위축"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의결권 제한 등 제도개선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일 5대그룹 간담회에서 대기업 공익재단의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제도개선 방향까지 언급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공익재단 전수조사가 의결권제한을 위한 정부·여당의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이슈다.


우리나라에서 공익재단의 주식보유 규제가 도입된 1990년 초반에도 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출연자와 관계된 사람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의결권 제한이 거론만 되다가 도입되지 않았으니 지금 다시 수면위로 재부상한 것이다.

30년 전과 지금 공익재단 의결권제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1980년~1990년대에 대기업 후계승계과정이 창업주세대에서 2세로 넘어오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한 세대가 더 흘러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세대 교체기마다 어김없이 공익재단을 둘러싸고 편법 승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 공익재단 보유 계열주식 질적·양적으로 중요

현재 공익재단이 가진 계열사 주식은 질적으로 중요하고 양적으로도 많다.

 

비즈니스워치가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중 총수 있는 24개 그룹의 공익재단 자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재단은 35개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공익재단워치]①'열에 아홉' 핵심계열사 지분 보유)

 

35개 재단 가운데 4개를 제외한 31개(88.6%) 재단이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 또는 사실상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중이다. 

또한 공익재단들은 양적으로도 계열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아래 표는 대기업 공익재단의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해당주식 자산중 계열사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조사한 것이다.

조사대상 40개 공익재단(총수가 없는 포스코·KT&G 재단도 포함)의 자산에서 주식자산 비중은 평균 36.9%인데 이 보유주식중 계열사 주식 비중은 87.8%에 달한다. 보유주식 전부를 계열사 주식으로 갖고 있는 재단도 26개(65%)에 달한다.

 



◇ 박영선법 vs 박용진법의 차이
 
여권에서는 공익재단 의결권을 제한해야한다는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본 골격은 같고 예외조항만 다르다.

우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관련 있는 공익재단에 대해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동일하다.

박영선 의원안은 공익재단이 특정회사 지분 100%를 가지고 있을 경우는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 박용진 의원안도 이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지만 '법 시행 이전'에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다르다.

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관련 있는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100% 가진 사례는 금호아시아나밖에 없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케이에프, 케이에이, 케이알, 케이오, 케이지, 케이아이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다. (관련기사 [공익재단워치]⑤금호아시아나, 과거는 묻지마세요?)

 

따라서 금호계열 재단이 보유한 '케이' 계열 지분은 일단 박영선·박용진 의원의 규제법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 법안 모두 이미 지분 100%를 가진 경우는 예외로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금호계열 재단 같은 사례가 나타나면 박영선 의원 안에서는 의결권을 허용하지만, '법 시행 이전' 사례만 예외로 둔 박용진 의원 안에서는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 공정위 전수조사 결과가 `열쇠`

 

다만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 100%를 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법안을 둘러싼 관심은 예외조항이 아니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근본적 문제로 모아질 전망이다.


공익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해야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애초 설립목적과 다르게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의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융·보험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논리와 비슷하다. 금융·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고객 돈으로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마찬가지로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한 재산이 지배력 유지에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게 의결권 제한 찬성 논리다. 이러한 시각의 배경에는 특히 최근 삼성·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익재단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반면 의결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쪽에서는 '이미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계열사 주식 취득·보유시 비과세 한도를 정해놓은 상황에서 의결권 제한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잉규제이고 공익법인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입장에서는 비과세 한도를 축소(지분율 10%→5%)하는 상속세및증여세법도 작년말 국회를 통과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속적인 규제 강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찬반논리를 감안하면 실제 법안 검토가 구체화될 경우 상당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그런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익재단 전수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받고 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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