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업체들이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사들보다 지난해 심한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영업이익이 4분의 1 안팎 줄었고, 매각 이슈로 홍역을 치른 금호타이어는 적자까지 냈다.
원료가격 상승이 전반적으로 무거운 짐이 됐다.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속에서 브랜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판매마진을 축소하고 판촉 비용을 늘린 것도 해외 수위권 타이어사보다 부진 폭이 두드러졌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 수익 부진 덜한 브리지스톤·미쉐린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재작년보다 3.7~9.5%포인트 악화했다. 재작년과 똑 같은 100만원 매출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이익은 적게는 3만7000원, 많게는 9만5000원까지 덜 냈다는 의미다.
글로벌 7위, 국내 1위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는 작년 매출 6조8134억원을 내며 영업이익 7938억원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2.9% 늘린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28%나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재작년 16.7%서 11.7%로 5%포인트 하락했다.
금호타이어는 매출도 줄어든 상황에 적자까지 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2.4% 줄어든 2조8773억원이었는데, 재작년에는 12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에는 영업손실 1569억원을 냈다. 1년 새 2730억원 차이다. 영업손실률은 5.5%, 다시 말해 100만원 매출을 내면 5만5000원을 손해본 장사였다.
넥센타이어는 작년 매출 1조9646억원, 영업이익 18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3% 급감했다. 재작년 영업이익률은 13.1%로 비교적 준수했지만 작년에는 한 자릿수인 9.4%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국내 타이어 업계 실적 부진은 글로벌 수위권 업체보다 급격한 것이다. 세계 판매 1위 일본 브리지스톤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6640억엔, 영업이익(Operating income)은 2997억엔. 영업이익률은 11.3%로 전년동기 대비 2.2%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2위 프랑스 미쉐린 영업이익률도 상반기 누적 12.8%로 재작년 13.3%서 0.5%포인트 악화한 데 그쳤다. 3분기까지 매출은 163억9400만유로를 기록해 재작년보다 6% 가량 외형을 키운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발표할 연간 실적에서 이익률은 12%대를 유지하고 영업이익은 재작년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가성비 압박속 개별 악재까지 겹친 韓 타이어
작년 글로벌 타이어 업계의 실적 부진은 상반기 시장을 강타했던 고무, 타이어코드 등 원재료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타이어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원재료 조달과의 시차 탓에 마진을 재작년만큼 뽑지 못했다.
국내 업체가 주로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고무의 경우 톤당 가격이 재작년 150만원대서 작년 상반기 220만원대로 40% 가량 상승했다. 합성고무도 톤당 220만원대에서 270만원선으로 20% 넘게 올랐다. 이 같은 원가 요인은 3분기 이후에야 원료가격이 전년 4분기 이하로 안정화하면서 해소됐다.
국내 타이어업체 수익성이 더 부진했던 것은 공통적으로 '가성비(가격성능비율)' 위주 전략이 한계로 지적된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하다보니 원료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은 수위권 업체보다 뒤늦게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란 얘기다.
이에 더한 제각각 이유도 있다. 한국타이어 영업이익률은 원래 한 몸이었던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존속법인)에서 2012년 9월 분할된 후 가장 낮았는데, 여기엔 하반기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손실이 연간 600억원까지 불어난 게 이유가 됐다.
금호타이어의 작년 4분기 통상임금 및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판결에 따라 900억원가량이 충당금으로 반영된 것이 손실폭을 키웠다. 관련 소송 최종 패소로 소급 지급해야 할 인건비와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실적 발목을 잡았다.
금호는 작년 1분기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는데 대주주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매각이 혼선을 겪다가 작년 9월 중국 더블스타와 인수계약도 해제됐다.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지만 인수희망 업체를 다시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넥센타이어 연간 영업이익률은 6년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2~3분기엔 원료가격 상승이 부담이 됐지만 4분기에는 매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가격 인상 후에도 광고비나 운반비 같은 판매관리비가 증가하면서 손익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는 작년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다. 한 국내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천연고무, 합성고무나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변동성이 크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하향 안정될 전망"이라며 "제품가격 인상 효과와 고인치·고급제품 수요 증가로 올해 이익률은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