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주력사업 '쌍두마차'는 누가 뭐래도 섬유와 산업자재다. 지주사와 4개 사업회사로 분할되기 전인 작년, 효성에서 섬유부문은 매출 2조1374억원, 영업이익 2498억원을 거뒀고 산업자재는 매출 2조4103억원, 영업이익 1676억원의 실적을 냈다.
두 부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로 36%, 영업이익으로는 54%나 된다. 외형을 책임질 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받쳐주는 효자다. 지난 6월 분할 완료 후 섬유사업은 효성티앤씨로, 산업자재는 효성첨단자재로 분사했지만 여전히 효성이 세계 시장에서 '업계 리더'라 꼽히는 데는 이 두 사업 몫이 크다.
특히 섬유 대표 제품 스판덱스, 산업자재 대표 타이어코드 등은 10년 이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재의 모습은 과거 최고 경영진의 독자기술 확보 집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효성 측은 전한다. 국내 대표적 기술경영인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집착에 가까운 노력으로 현재 효성의 기반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 기술투자 뚝심이 만든 'No. 1'
타이어코드는 1960년대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물자였다. 하지만 효성 전신으로 1966년 세워진 당시 동양나이론은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 생산에 성공했다. 이어 10년뒤인 1978년에는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생산까지 이뤘다.
당시부터 효성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의 품질 확보에 주력했다. 1971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 것이 이런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기술연구소는 설립 당시 벽돌 한 장 쌓는 것부터 실험기계류를 들여오는 것까지 모두가 최고 경영진의 지극한 관심 아래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세계 수위권 타이어 업체들과의 장기계약 및 대륙별 생산체제 구축으로 2000년부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약 45%로 쉽게 수위를 내주지 않을 지위를 갖췄다.
효성은 1978년에 중공업 분야 연구소도 설립했다. 다른 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가운데 효성은 오히려 연구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생산 시설을 확대했다. 여기에도 어떻게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 회장 특유의 뚝심이 발휘됐다.
1989년에는 국내에 독자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스판덱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스판덱스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저돌적인 판촉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선진국 경쟁사들의 벽을 넘어섰다.
효성의 스판덱스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유수의 대기업집단이 나가떨어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효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캐시카우 역할을 한 스판덱스의 저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섬유부문의 집적된 기술 개발 노하우는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고성능 특수섬유 개발로 이어졌고 현재 바이오 섬유, 스마트 섬유 등을 연구하는 기반으로 연결됐다.
◇ 중공업·화학도 수위권 '도전'
효성은 분할 후 나머지 사업계열사에서도 세계 1위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작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조현준 회장 시대에 이뤄야할 숙제, '효성 2.0'이다.
효성중공업은 중전기기 및 산업기기,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담당하는 중공업,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Harrington Place)'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벌이는 건설부문으로 다시 나뉜다. 중공업분야는 스태콤(STATCOM,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시스템),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미래 에너지 기술로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 삼불화질소(NF3)를 중심으로 원가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조현준 회장이 주도적으로 베트남 사업 강화를 추진해 작년부터 베트남 남부에 12억달러 규모 PP 생산 공장, 액화프로판가스(LPG) 저장소, LPG 및 석유화학제품 부두 프로젝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주축 사업에도 '초격차' 유지를 위한 채찍질은 가해진다. 효성티앤씨는 2019년까지 인도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해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또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사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탄소섬유 등 신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