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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⑫효성 조현준의 '올포원(All For One)'

  • 2018.06.28(목) 15:34

20년만에 1인자로…형제갈등 속 장남 승계 굳혀
지주사 체제로 지배력 강화…개인회사 처리 촉각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

 

직역하면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쯤으로 풀어쓸 수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소설 '삼총사'에서 주인공 달타냥과 삼총사가 외친 구호다. 조현준(51)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 취임식에서 이 구호를 언급하며 전사적인 팀워크를 강조했다.

 

개인적인 감회도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나이 서른에 입사해 쉰 살이 돼서야 아버지 조석래(84) 회장이 맡고 있던 '올 포 원'의 자리에 올랐다. 취임식 당일 조부이자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그룹 내 유일한 후계자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일성으로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을 강조했다.


◇ 멀고 멀었던 그자리

 

조 회장의 취임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효성의 모체인 효성티앤씨(옛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이듬해 임원을 달고 2007년 사장 자리에 오르며 빠른 승진코스를 밟았지만 지분승계와 직위승계까지는 그로부터 10년이 더 걸렸다.

 

조 회장 밑으로는 동생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2013년 효성을 떠난 조현문(50) 전 부사장, 다른 한 명은 현재 효성에 재직 중인 조현상(48) 사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 "형을 잘 보필해야 한다"며 장자 중심의 위계질서를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 아들의 지분율에는 별다른 차이를 두지 않았다. 둘째인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내다팔기 직전까지 3형제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7.26%(조현준), 7.18%(조현문), 7.90%(조현상)로 엇비슷했다. 또한 장남은 섬유·정보통신, 차남은 중공업, 삼남은 산업자재 분야를 토대로 경영에 참여해 자연스럽게 승계구도와 관련한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 회장을 비롯해 회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수백억원대의 횡령과 배임을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 형제간 갈등이 폭발했다. 앞서 효성은 2003년부터 10여년간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20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국세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생까지 나서면서 조 회장 앞날에 가시밭길이 깔렸다. 현재 조 회장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 더 커진 지배력

 

법적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효성에 대한 조 회장의 지배력은 더 확고해졌다. 효성그룹은 이달 1일자로 ㈜효성을 지주회사인 ㈜효성과 자회사인 효성티앤씨(섬유무역)·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효성화학(화학)으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여러 계열사를 ㈜효성으로 합친 지 20년만에 다시 독립 사업회사로 나눈 것이다.

 

효성은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거창해도 지주회사 전환은 대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효성도 예외는 아니다. ㈜효성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5.26%를 보유 중인데 인적분할 과정에서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자사주의 마법'이 발생했다. 총수 일가 입장에선 돈 한 푼 안들이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게 된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시 이런 일이 반복되자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효성은 법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둘렀다.

여기에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조만간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 형태로 지주회사에 넘기고 대신 지주회사 지분을 넘겨받을 예정이어서 조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효성 지분 37.81%를 보유 중이며, 조 회장은 가장 많은 14.59%를 갖고 있다.

 

 

◇ 2년내 풀어야할 숙제

조 회장을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짜였어도 숙제는 남아있다. 효성캐피탈과 조 회장의 개인회사 처리 문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효성캐피탈의 지분 97.15%를 보유한 ㈜효성으로선 2년의 유예기간 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선 매각 가능성이 큰 편이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에 팔기로 한 것과 비슷하다.

 

일부에선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틸러스효성이나 효성ITX 등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감안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효성캐피탈을 직접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효성캐피탈을 개인회사로 만들어 규제를 피하는 방식이다. 효성 관계자는 "유예기간 내 처리한다는 것 외에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 주목받는 '갤럭시아'

 

이미 효성에는 조 회장 개인회사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효성 내 미니그룹으로 불리는 '갤럭시아'다. 효성에는 갤럭시아컴즈·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에스엠 등 '갤럭시아'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가 6개 있다. 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다.

 

조 회장은 효성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도 전자결제사업을 하는 갤럭시아컴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갤럭시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5월말 현재 갤럭시아컴즈의 시가총액은 1590억원, 조 회장의 보유지분(32.08%) 가치는 510억원에 이른다.

갤럭시아라는 이름이 붙은 회사들은 지주회사 울타리 밖에서 독자적인 경영을 하며 장래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동생인 조현상 사장의 계열분리나 자녀에 대한 지분승계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의 눈초리가 점점 매서워지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효성그룹이 발광다이오드(LED) 제조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 지원했다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의 1인자인 조 회장부터 '원포올'을 이행하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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