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의 중국 현지 합자사(조인트벤처)인 상하이GM(上汽通用)이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소환수리(리콜)를 실시한다. 대상 차량이 자그마치 333만대에 달해 현지 매체들은 '사상 초유'라며 떠들썩한 분위기다.
상하이GM은 중국 판매 월 15만대 안팎, 시장점유율 8~9%를 차지하는 3위 완성차업체다. 이번 리콜은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리콜을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GM의 향후 중국 사업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한국, 독일, 일본계 완성차 합자사는 파장 속에 어느정도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상하이GM 333만대 리콜 '날벼락'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달 29일 상하이GM이 판매한 뷰익, 쉐보레, 캐딜락 등 브랜드 총 332만6725대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중국이 2000년 자동차 리콜 제도를 시행한 이후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설명하고 있다.
리콜 대상은 2013년부터 2018년 사이에 생산된 자동차가 대부분 포함됐다. 뷰익에서는 '앙코르', '웨이랑', '잉랑', '신형 라크로스', '리갈', 쉐보레는 '뉴 크루즈', '말리부', 캐딜락은 'XT5' 등이 리콜 명단에 올랐다.
당국은 이 차들의 '전륜부 서스펜션 콘트롤 암'이라는 부품 모듈이 외부 충격이 큰 경우 변형되거나 이탈 될 수 있는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 차량이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안전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GM은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대상차량에 무상으로 일체형 서스펜션 암 교체작업을 오는 20일부터 개시하기로 했다.
◇ 결함 문제? 무역 전쟁 연장선?
▲ 현지 인터넷에 오른 상하이GM 리콜 대상 차량 결함 부위/사진=중국질량신문망 |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의 이번 리콜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로 올렸고, 이후 미국이 추가 관세 조치를 내놓은 상황이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비관세장벽으로 대응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던 시점에 미국 완성차업체의 대표격인 GM의 합자사에 초유의 리콜 결정이 내려진 것이어서 무역전쟁과의 연관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시장관리총국은 "이번 리콜은 관할 당국이 결함 조사를 시작한 상황에서 결정됐다"며 리콜의 배경을 유례없이 상세히 풀어 내놨다.
당국은 "시장관리국의 불량제품 관리센터에 이 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돼 국가감독청의 결함제품 관리센터에서 결함 조사와 평가 등 절차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국제관계 상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조치라는 선긋기다.
◇ GM 공백 생기면 누가 메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를 미중 간 무역분쟁과 연결짓는 시각이 적잖다. 한국 합자사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면에서, 또 일본 합자사들이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 국면에서 판로가 막혔던 것처럼 GM도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대로 한국, 독일, 일본 등 비미국계 완성차 합자사는 일정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작년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판매가 극심하게 저조했던 현대·기아차의 경우 업계 3위인 상하이GM의 리콜 사태가 판매 회복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北京)현대는 지난 8월 현지 공장 출고 기준으로 7만1006대를, 기아자동차 현지 합자법인인 둥펑위에다(東風悅達)기아는 2만3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베이징현대는 33.9% 늘어난 판매량이지만, 둥펑위에다기아는 13% 감소한 것이다.
베이징현대의 경우 지난 6월 8만7052대로 올들어 월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뒤 7월 3만18대로 주춤했다가 다시 회복세를 보인 상황이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 4월 3만3102대로 월 최대 판매량을 내놓은 뒤 판매량이 다시 감소해 7~8월 각 2만대 안팎을 판 것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