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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까지..남은 관전포인트

  • 2019.02.01(금) 17:34

① 특혜 시비 ② 독과점 이슈
③ 부실 혹은 헐값매각 ④ 노조 반발

세계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초대형 '빅1' 조선사로 거듭나는 큰 그림이 짜여졌다. 하지만 현재는 '합의' 상태일 뿐이다. 내달 초 본계약이 이뤄져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대주주 산업은행이 합의한 대로 주식 교환과 유상증자 등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여기까지 가기에는 몇 가지 변수들을 지워야 한다.

지난 1월3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합의를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①공 받아든 삼성은?

일단 이번 안은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단독으로 협의해 내놓은 합의안이다. 과거부터 대우중공업인수 후보로 점쳐졌던 기업들은 애초부터 배제됐다. 과거 공개매각 때는 포스코, 한화그룹, GS그룹 등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번 판을 짜면서 조선산업 재편 기대효과를 고려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밖에 인수 후보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른 원매자들은 인수를 검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에도 기회는 돌아간다. 삼성중공업이 이 합의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판은 뒤집힐 수 있다. 삼성중공업에는 1개월의 검토 기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논의를 시작한 게 작년 하반기, 구조화를 본격화 한 게 작년 10월부터인 걸 감안하면 들여다보기 촉박한 시간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몰아주기'라는 특혜 시비도 붙는다. 삼성중공업은 아직은 "구체적 내용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②독과점 이슈도 쟁점

세계 선박제조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압도적 1위의 조선사로 거듭난다는 점은 독과점 논란을 야기시킨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서 독과점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각국 경쟁쟁당국의 심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작년 말 수주잔량 기준 점유율 집계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1위인 13.9%, 대우조선은 2위인 7.3%다. 합산하면 21.2%로 3위 일본 이마바리(6.6%)의 3배가 넘고, 5위인 삼성중공업(5.9%)의 4배에 가깝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특정 선종으로 들어가거나 국내로 한정하면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우려가 조선산업 특성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덩치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편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과 합병할 경우 점유율이 50%가 돼 그 규모가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산업은 선주사들이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 시장 여건을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합병 후 점유율이 100%에 이르는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합병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깨끗이 승인된 사례가 있다"며 "해외에서도 크루즈 시장에서 공급자 점유율보다 고객에 좌우된다는 판단이 나온 사례가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숨은 부실은? 헐값 논란은?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둘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경영권을 넘기는 쪽이나 이를 사 넘겨 받는 쪽  모두 '윈윈'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양쪽 모두 미래 상황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짊어지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에 숨겨진 부실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된다. 또 지금은 조선시장이 회복세라 합병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하지만 향후 다시 경기가 꺾이면 리스크가 배가될 수 있다는 것도 함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산은 측과 많은 검토를 했고 충당금도 충분히 쌓아 이제는 다시 이익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됐다"며 "회계법인과 검토하고 추가 실사도 해봐야겠지만 자회사 등 잠재부실에 대해서는 인수자 책임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했다.

산은 입장에서는 너무 쉽게, 싸게 처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점이 지적된다. 공개매각으로 인수희망자들 사이 경쟁을 유도하거나, 시기를 늦춰 더 좋은 매물로 만들어 팔면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매출 8조원, 영업이익률 6%대의 '작고 강한 조선사'가 되는 내년 이후가 매각에 적기라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이번 합의는 현물출자로 인수자 부담을 줄이고 여분의 돈을 대우조선에 투입해 정상화하는 구조"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산업을 정상화와 고용안정을 기대할 수 있고 추후에 공적자금 회수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6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작고 강한 조선사'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④ 양사 노조 "총파업 불사"

당장 직면한 문제는 양측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양쪽에 겹치는 중복 인력을 해소하는 효율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 노조는 설 연휴 이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매각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다"며 "일방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으면 즉각적인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게 노조측 기본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회사측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31일 작년분 임단협 합의안을 마련해 이를 통과시키려 했지만 고용 문제에 거대한 변수가 생긴 만큼 임단협은 차순위가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정이 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을 시행해 온 회사가 이제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대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측은 "인수과정과 절차, 그 결과가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지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연결되거나 조합원 권익 침해 소지가 있는 인수라면 받아 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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