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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주총 코앞...강대강 치닫는 현대重 노사

  • 2019.05.30(목) 17:58

노조 임시주총장 점거 등 노사대립 극심
고용 불안 vs 고용 보장.. 주총 개최 불투명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물적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노사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법인분할 이후 사측의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주총장 점거에 나선 반면 사측은 단협승계와 고용보장을 약속하며 분할승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있다.

약 2000여명에 달하는 노조원들은 회관 안팎을 봉쇄하며 사측과 경찰의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 충돌이 발생해 사측과 조합원 등 수십여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라졌다.

이에 사측은 법원에 노조의 주총 방해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노조는 주총이 열리는 31일 오전 8시까지 점거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끝까지 주총장을 점거해 주총을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다른 사업장 조합원까지 동원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이같은 반발은 임시주총 안건인 물적분할에 따른 고용불안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물적분할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다시말해 차후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자회사로 두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노조는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 자산중 12조200억원이 한국조선해양에 귀속되고, 7조2215원의 부채를 떠안게 되면서 회사가 부실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위기가 불거질 경우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중복되는 사업군에 대해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이번 분할이 최대주주의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선박A/S 업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중간지주사를 만들고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사업이 커지면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사측은 단협승계와 고용보장을 약속하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한영석·가삼현 공동 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단체협약을 승계할 것”이라며 “물적분할 이후에도 근로관계, 근로조건, 복리후생까지 모두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부채를 떠안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채 가운데 3조1000억원은 선수금과 충당 부채로 선수금은 선박 수주시 받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회계상 부채로 분류될 뿐 실제로는 현금 형태"라며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지분 100%를 소유한 주주로서 연대 변제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명시적 내용이 아닌 만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시 주총 전날까지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당장의 주총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업계는 주총이 열리면 분할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법인분할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 특별결의사항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대중공업 주주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지주 30.95%, 국민연금 9.35%, KCC 6.6%, 아산사회복지재단 2.38%, 아산나눔재단 0.61% 등으로 국민연금을 제외하더라도 우호지분이 상당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지난 29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노조 역시 주총이 열리면 통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예 주총장 봉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주총장 변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상법상 주총을 소집할 때 2주 전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주총 당일에도 장소와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 정관상 임시 주총을 개최할 때는 2주 전 각 주주에게 일시, 장소, 회의 목적을 알리게 돼 있어 물리적·시간적으로 장소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총 소집공고에서 밝힌 대로 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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