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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SK인천석유화학 '설비 경쟁력이 자신감 원천'

  • 2019.04.11(목) 14:32

국내 첫 복합 정유시설 보유…화학사 면모도 갖춰
효자품목 파라자일렌 중심 올해 실적개선 전망

10일 찾은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수십미터 길이로 뻗은 탑들로 가득했다. 이 탑들은 "부~웅" 소리를 내며 연중 내내 쉴새 없이 정유, 화학제품을 만들고 있다.

탑 내부에선 고온의 열이 가해져 원유에서 휘발유·경유·등유·나프타가, 나프타는 재차 끓여져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원료 파라자일렌(PX), 나일론 섬유·자동차부품 원료 벤젠(BZ) 등이 추출된다.

수많은 탑 가운데 SK인천석유화학 공장 가이드를 맡은 임직원이 강조한 곳은 초경질원유 분리공정(CSU) 설비였다. 이 설비는 지난해 회사 매출의 21%를 차지한 PX를 생산하는 거점이다.

SK인천석유화학 전경/사진=SK인천석유화학 제공

CSU는 대다수 정유회사가 운용하는 상압증류공정(CDU) 설비와 달리 미국, 이란 등에서 나오는 초경질원유에서 더 많은 나프타를 추출한다. 그만큼 나프타가 원료인 PX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SK인천석유화학의 CSU는 PX 라인까지 갖춰 일관 생산이 가능하다.

홍욱표 SK인천석유화학 홍보·사회공헌팀 팀장은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CDU와 CSU를 같이 운용하는 곳은 우리 뿐"이라며 "실적에 대해 우려가 많은데 설비 경쟁력을 갖춰 자신 있다"고 말했다.

◇ 화학을 입은 정유공장

SK인천석유화학은 1969년 한화그룹의 경인에너지로 첫 발을 내딛었다. 발전소에 원료인 등유를 납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설립 이후 잇따라 정유공장 2개를 건설하며 정유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1994년 들어 화학제품 기초원료인 벤젠·톨루엔·자일렌(BTX) 생산공장을 완공하며 화학 기업의 면모도 갖추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회사 가운데 화학제품 생산능력을 갖춘 첫 시도였다.

2006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가 회사를 인수하며 회사의 체질개선 속도는 더 빨라졌다. SK인천석유화학은 총 1조6200원을 투자해 2014년 PX 생산까지 가능한 CSU 설비를 갖췄다. 이 회사의 PX 생산능력은 지난해 6월 기준 연간 130만톤으로 국내 단일공장 기준 최대 규모다.

회사 효자 제품인 PX는 공장으로부터 약 6㎞ 떨어진 율도터미널의 4개 부두를 거쳐 전량 중국으로 수출된다. 지난해에만 925척의 배가 PX를 포함한 정유화학 제품을 다렌항으로 날랐다.

SK인천석유화학은 체질개선에 힘입어 2017년 매출 7조2364억원, 영업이익 3966억원을 거뒀다. 회사가 인수됐던 2013년과 비교해 매출(2조8428억원)은 2.5배 늘었고, 790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적자는 흑자로 돌아섰다.

◇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SK인천석유화학 실적은 예년만 못했다. 매출(별도기준) 8조9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지난해 말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배럴당 79.4달러를 기록했던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1월 65.6달러, 12월 57.3달러로 미끄러졌다. SK인천석유화학은 비싼 값에 원료를 샀지만 싼 값에 제품을 팔게 된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만 1500억원 가량의 재고 관련 손실을 봤다.

하지만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는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발목을 잡았던 원유의 가격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1월 59.1달러를 기록했던 유가는 매달 올라 이달 들어 평균 69.4달러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과 상황이 정반대로 변했다. 싼 값에 원료를 사 비싸게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요가 위축됐던 PX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르는 것도 SK인천석유화학이 내비친 자신감의 근거다.

권혁삼 SK인천석유화학 생산최적화팀 팀장은 "SK인천석유화학은 초경질원유 뿐만 아니라 무거운 원유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 원료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배경"이라며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PX를 생산해 경쟁우위를 점하겠다"고 밝혔다.

◇ 협력사도 '동반성장'

SK인천석유화학은 여기에 더해 협력사와의 상생도 도모한다. 이 회사 노사는 2017년 6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공유' 상생 협력모델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5억20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이 가운데 절반인 2억6000만원이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협력사 정비동 무재해 기록판/사진=SK인천석유화학 제공

SK인천석유화학이 이 제도를 도입한 후 지난 2년간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전달된 임금 공유액은 총 4억6000만원에 달한다. 또한 이 회사는 협력사 정비동 앞에 '협력사 무재해 기록판'을 설치하고 무재해 기간에 따라 포상을 실시하는 등 협력사 안전에도 힘쓰고 있다.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지난 50년간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곁에서 함께 해준 협력사 덕분"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이 함께 행복해지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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