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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합작사?…현대차-LG화학, 미묘한 입장차

  • 2020.01.20(월) 16:35

현대차-LG화학, 협력안 검토중이건 맞지만…
LG화학 "현대차와 협력방안 검토"
현대차 "글로벌 배터리사들과 협력"

지난 19일 현대자동차그룹과 LG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기사를 보면 합작사의 출자 지분율은 50대 50, 투자규모는 수조원대, 설립부지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유휴부지 등으로 구체적이다.

이 기사는 "현대차그룹과 국내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투자금액과 공장 위치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라는 LG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보도 직후 양측은 "제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해명자료를 보면 미묘한 입장 차이가 보인다.

지난 19일 LG화학은 "현대차와 다각적인 미래 협력방안들을 검토 중이나 전략적 제휴가 확정된 바는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출입기자에게 보냈다.

비슷한 시점에 현대차도 "EV(전기차) 전략과 연계해 배터리 수급 안정을 위해 글로벌 배터리사들과의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수급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특정업체와의 제휴는 확정된 바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LG화학은 협력대상을 '현대차'로 특정했지만, 현대차는 협력대상을 '글로벌 배터리사들'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이다.

현대차는 하루 만에 이메일을 통해 공식 해명자료를 한 번 더 냈다. 20일 오전 현대차는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 다각적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특정 업체와의 제휴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전날과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협력방안에 대해 LG화학은 다소 적극적이고, 현대차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LG화학과 협력방안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아직 구체적인 협력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 2의 반도체'라고 불릴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 구도가 명확하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계도 어느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느냐를 두고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에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테슬라가 중국에 '기가 팩토리'(전기차 양산 공장)를 지으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작년 초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지 몇 개월 뒤에 CATL과도 손잡았다.

배터리 기술력은 일본 등 업체가 앞서지만 거대한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중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ATL은 중국의 자국 보호정책에 힘입어 세계 1위 베터리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그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차에,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에 독점 공급해왔다. 하지만 현대차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독점 구조가 깨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사들과 다각적인 협력을 검토 중"이라면서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LG화학 관계자도 "현대차는 물론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나 조건 등이 맞아야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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