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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삼성, 인사 파격도 커졌다

  • 2020.01.21(화) 18:14

30대 전무, 40대 부사장도 과감히 발탁
이재용 체제 '뉴삼성' 세대교체 가시화

올해 삼성전자 정기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 '준비'로 정리할 수 있다. 3인의 대표이사 부문장을 그대로 둬 조직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들이 겸직하던 일부 업무를 후임 사장들에 넘겨 향후 각 사업부문을 총괄할 후보를 추린 것이 눈에 띈다.

사업부장 등 사장단에 50대 초반, 부사장단에 40대까지 '젊은 피'를 적잖게 수혈한 것도 미래 경영진 발굴을 위한 예비작업으로 읽힌다. 특히 올해는 나이와 연차를 배제한 발탁인사도 예년보다 더 늘려 성과를 중시하는 성향을 강화했다. 외국인 가운데서는 30대 전무까지 배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사장 승진 4명, 위촉업무 변경 5명 등 총 9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어 21일에는 부사장급 이하 임원 총 162명을 승진 발령하는 2020년 정기 경영진 인사를 시행했다.

사장단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는 "50대 초반 젊은 사장에게 사업부장을 맡겨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술 기반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3명의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각 부문과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발굴과 후진 양성에 더욱 전념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경영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며 "연령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와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에 대해 발탁인사를 과감히 확대했다고 밝혔다. 올해 직급 연차를 무시하고 발탁한 인사는 총 24명으로 전년보다 6명 늘었다. 발탁인사 규모는 삼성전자 역대 최대다.

전반적으로 안팎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차후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안정 속 변화' 기조가 강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 등이 해소된 이후에는 언제라도 부문장급 핵심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도록 정지 작업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김기남 부회장,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김현석 사장, IT·모바일(IM) 부문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인이 모두 유임됐다. 하지만 후임 후보들이 가시권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게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었던 노태문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동진 사장이 IM부문장과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해왔지만 주력사업을 노 사장에게 넘겼다. 노 사장은 2018년 부사장에 오른 뒤 1년 만인 2019년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다시 1년 만에 사업부장 자리를 꿰찼다.

IM부문에서는 네트워크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전경훈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업부 자체를 사장급으로 키웠다. 아직까지는 무선사업부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가속과 함께 차기 부문장을 두고 노 사장과 경합할 수 있는 입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남 DS부문장이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은 황성우 부원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넘겨받았다. 김현석 CE부문장이 함께 맡아온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이재승 부사장이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장급 이하 인사에서도 "미래 경영진 후보군을 확대했다"는 삼성전자 설명에 걸맞게 '젊은 리더'들이 전진배치 된 것이 눈에 띈다.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인 최원준(만 49세)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은 모바일 단말·칩세트 개발 전문가로, '포스트 노태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 사장이 가진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2012년말, 44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부사장이다.

최용훈 VD사업부 개발팀 LED개발그룹장 부사장도 만 50세에 부사장을 달며 CE부문 핵심 경영층 진입이 한발 더 가까워졌다. 최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개발 전문가로 '시네마 발광다이오드(LED)', '더 월(The Wall)' 등 차세대 TV 폼팩터 개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트워크사업부에서는 김우준 미주BM그룹장(51세)이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진 세대교체 후보군에 진입했다. 그는 네트워크 사업 전문가로 미국 신규사업 진출과 5G 상용 서비스 모델 발굴을 통한 통신 비즈니스 기반 강화한 공을 인정받았다. 네트워크사업부에서는 또 문준 시스템설계그룹장(45세)이 전무로 승진해 차세대를 예약했다.

삼성전자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외국인 인재 가운데서는 30대 전무, 상무가 탄생했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싱크탱크팀장은 올해 만 38세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삼성전자 역대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쥐었다.

그는 로보틱스 콘셉트 발굴과 핵심기술 확보, 사내 벤처 조직인 '스타랩스' 신설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 인물이다. 데이브 다스 북미총괄 미국법인 HE 디비전장(44세)도 미국 QLED, 초대형 TV 판매확대 공으로 전무 승진했다.

올해 최연소 임원은 경영지원실 기획팀 소속 마띠유 아포테커 상무 (38세)다. 그는 5G, AI 등 신기술 바탕의 패러다임 변화 주도를 위한 잠재기업 인수합병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여성 신임 상무에는 1975년생 44세 동갑내기 3명의 상무가 배출됐다. 김승연 무선사업부 마케팅팀 담당임원, 임경애 생활가전사업부 UX(소비자경험)혁신그룹장, 이귀호 VD사업부 광고서비스그룹장 등이다.

젊은 임원들의 약진 이면에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물러나는 최고참 경영진들도 있었다. 권오현 종합기술원 회장, 대외업무(CR) 담당 윤부근 부회장, 인재개발담당 신종균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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