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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걱정 커지는' 제주항공의 이스타 인수

  • 2020.05.26(화) 10:45

제주항공-이스타 결합 지연 '안갯속'
규모의 경제 기대되지만 동반부실도 우려
이스타,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비율도 상승

항공업계에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금 120억원을 냈지만 베트남에서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았다며 잔금 입금을 미루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치면 규모의 경제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동반 부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전이될 수 있고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운용리스에 대한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부채비율이 치솟을 수 있어서다.

올 1분기 이스타항공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632억원)보다 완전자본잠식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 보잉737맥스 결함 운항 중단 등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겹치면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중 항공기 23대중 8대를 반납하고 직원 100여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2분기 재무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은 1분기 당기순손실이 995억원 발생했지만 아직 재무상황은 안정적이다. 부채비율(483%), 유동비율(63%), 차입금의존도(49%) 등 재무지표는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분기 부채비율이 6279.8%까지 치솟았다.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최근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앞으로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제주항공의 유동성차입금은 2262억원에 이르지만 현금·현금성자산(680억원)과 단기금융자산(312억원)은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가 마무리된 뒤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종속기업으로 두게 되고, 두 회사의 재무제표는 하나로 연결된다.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전이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추가 정부 지원 등으로 연말까지 버틸 유동성을 확보했다"면서도 "하지만 하반기 운항 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고 이스타항공 인수 후 유동성 유출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제주항공이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주주를 맞는 이스타항공도 회계적인 '변수'가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기를 직접구매하지 않고 운용리스를 통해 빌리고 있다. 회계적으로 리스료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의 리스료는 '비용'이 아닌 '부채'가 된다. 회계기준이 '일반기업회계'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로 바뀌면서다. M&A가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 부채비율이 치솟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제주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700억원의 인수금융 지원을 받고 이스타홀딩스를 상대로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가 늦어지면서 국책은행의 인수금융 지원도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이스타항공 대주주의 사재출연 문제도 떠올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의 대주주(이원준·이수지)에게 200억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는 진행되고 있다"며 "인수를 중단했다면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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