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주저앉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빅딜' 후 얼마나 낮아질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되면서 아시아나 재무건전성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한계에 직면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이 수혈되면 부채비율이 50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번 빅딜은 먼저 법원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의 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는데 한진칼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가 이 증자를 중지해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라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이 수혈될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 자금 수혈로 빚 갚는 구조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9월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2308%다. 2017년 565.9%, 2018년 781.5%, 2019년 1386.7% 등 매년 상승하던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급등했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 적정선은 200%로, 항공기 리스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업계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위험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HDC 예상항로 이탈' 아시아나항공…부채비율 1387%>
하지만 빅딜이 성사되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50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빅딜 자금조달 계획을 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1조5000억원, 전환사채(CB)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자금이 성공적으로 수혈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308.7%에서 544.9%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52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빅딜이 성공하면 대한항공 재무구조도 어느 정도 개선된다.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692.9% 수준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진행하는 2조5000억원대 유상증자 효과를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393.3%대로 낮아질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대한항공이 증자 대금 중 1조원 가량을 채무상환에 사용, 부채비율이 376%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빅딜로 두 항공사가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게되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수 없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여객 수요 회복은 내년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두 항공사는 여객의 빈자리를 화물로 채우고 있지만 화물 경쟁 심화로 이익을 내기도 힘들어 지고 있다.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해 결손금이 쌓이면 또다시 부채비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빅딜, 소송 관문부터 통과해야
양대 항공사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빅딜이 성사되려면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주주연합'(KCGI·반도개발·조현아)의 반대다. 산은이 빅딜 자금 조달을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3자 주주엽합 측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45.2%에서 40.5%로 희석되는 탓이다. 반면 산은이 확보하는 한진칼 지분 10%는 당장은 현 경영진(조원태 회장) 편이 된다. 관련기사☞ 한진칼 분쟁에 '참전'한 산은…묘수일까 꼼수일까
이 때문에 KCGI는 지난 18일 법원에 한진칼의 유상증자를 중단해달라며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제기했다. 오는 25일 법원에서 심문이 진행되며, 그 결과는 이번 주 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 항공 빅딜은 무위로 돌아간다.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시 이번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