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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지 않은 다음 문턱' 항공빅딜, 끝나야 끝난다

  • 2020.12.04(금) 11:32

내년 대한항공 주총서 정관변경…"쉽지않은 찬성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관문…"승인 안된 사례 거의 없다"
영업환경 개선 속도에 따라 추가 자금 지원 등 결정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법원의 문턱을 넘었다. 가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노조, 대한항공 증자를 반대하는 주주, 통합 항공사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당국 등을 설득해야 마무리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의 문턱은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선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달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찬성률이다.

내년 영업환경이 불투명한 점도 부담이다. 빅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내년 항공실적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추가적인 정부 자금 수혈, 동반 부실 등은 정부가 개입해 탄생시키려는 세계 7위 메가항공사의 청사진을 흐릿하게 한다.

◇ 산 넘어 산…"대한항공 주총 쉽지 않다"

인수자금 조달에 착수하기 위해선 주총 관문부터 넘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감자(자본금 감소)를 위한 주총과 대한항공 정관변경을 위한 주총이다. 아시아나항공 안건은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대한항공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첫 관문은 무상 감자가 결정되는 아시아나항공 임시주총이다.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은 이번 빅딜의 전제조건이다. 감자를 추진하기 위해선 오는 14일 열리는 주총에서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관련기사☞ 아시아나 부실은 누구 책임?…'뜨거운 감자'

지난 9월 기준 아시아나항공 주주는 금호산업(30.77%), 금호석유화학(11.02%), 소액주주(58.2%)다. 최대주주 금호산업의 지분이 30%가 넘는 만큼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대한항공은 낙관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간담회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결의 안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100% 단정하긴 이르다. 기존 경영진 책임을 묻지 않은 균등 감자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들이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이 남아서다. 

그 다음 주총 관문은 내년 1월 6일 열리는 대한항공 임시주총이다. 이날 주총에선 발행할 주식의 총수 개정을 위한 정관 변경이 안건으로 올라온다. 이 안건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추진하는 2조5000억원대 유상증자의 선행 조건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는 1억7361만1112주로, 정관이 정한 발행 주식수를 늘리진 않고선 증자할 수 없다. 신주와 기존에 발행된 주식(1억7420만9713주)을 합치면 대한항공이 정관을 통해 명시한 발행 주식 총수 2억5000만주를 넘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은 감자보다 통과 요건이 더 깐깐하다. 상법을 보면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해야 한다. 지난 9월말 기준 대한항공 주주는 한진칼(29.09%), 국민연금공단(6.96%), 우리사주조합(6.39%), 소액주주(58.69%) 등으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구도다.

이에 대해 우기홍 사장은 "쉽지 않은 찬성률"이라며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자금이 어려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에 유일하게 대한민국 항공 산업이 살길이라는 것을 주주가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독과점·노조반대 등 통합도 진통

두 주총 관문을 넘고 나면 통합 준비 작업이 곧바로 시작된다. 우선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대형항공사(FSC)와 동북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가 동시에 탄생하는 이번 빅딜이 성사되기 위해선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필수적이다.

우기홍 사장은 "내년 1월14일 기업결합신고를 각국 경쟁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6일 대한항공 주총 8일 뒤에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업계에선 내년 6월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빅딜이 독과점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 점유율 합은 38.5%이고 화물을 포함해도 40% 수준"이라며 "지방공항을 포함하면 점유율은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진에어, 부산에어, 서울에어 등 LCC는 완전 별도로 운영되는 회사로 점유율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무수히 많은 항공사 인수합병이 진행됐지만 승인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우 사장은 "내년 3월17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통합 계획안을 작성한다"며 "그 이전 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사 과정에선 노조의 반대가 변수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이번 빅딜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노조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노사정 회의체를 구성해 노동자들과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 "내년 항공시장 아주 좋지 않다"

자금조달과 행정적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 6월께 이번 빅딜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친 통합 항공사가 시너지를 낼수 있을지는 코로나19로 악화된 영업환경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렸다.

올 1~3분기 연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나란히 6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객 수요의 빈자리를 화물로 채웠지만 코로나19 충격은 컸다. 지난 9월말 부채비율은 대한항공 692.9%, 아시아나항공 2308.7%에 이른다. 업계에선 이번 빅딜로 자금 수혈이 이뤄지면 부채비율은 대한항공 300%대, 아시아나항공 500%대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련기사☞ 빅딜 자금수혈 아시아나, 빚더미 벗어날까 

하지만 빠르게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번 자금 수혈이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기홍 사장은 "코로나 회복이 불투명하다"며 "내년에도 아주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갖고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간 기준으로 (여객수요가) 2019년 대비 65% 감소한, 35% 수준으로 사업계획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도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우기홍 사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면 내년까지 유동성 문제는 상당히 해결된다"며 "실사를 통해 내년 이후 자본수요를 파악해 기간산업 안정기금 필요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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