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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빅딜 운명 쥔 핵심 질문 '둘'

  • 2020.11.27(금) 17:31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성사 분수령 '한진칼 증자 가처분' 쟁점
①산은 돈 수혈할 정도로 한진칼 어렵나
②'경영권 보호-부실회사처리'가 목적 아닌가

'항공 빅딜'의 운명이 늦어도 다음달 1일 결정된다.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가처분' 결과는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다음달 2일)전에는 나와야 한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빅딜은 계획대로 속도를 낸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되면 빅딜은 곧바로 중단된다. 빅딜의 운명을 법원이 쥐고 있는 셈이다. 가처분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핵심 쟁점 2가지를 분석해봤다.

◇ 한진칼, 재무구조 개선 필요한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한진칼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필요할 정도로 긴급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느냐 여부다.

상법에 주주는 자신이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1주를 가진 주주는 증자 때 신주 1주를 배정 받을 권리가 있단 얘기다. 신주인수권을 보호하는 이유는 '주주가 아닌 자'에게 증자하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한진칼의 경우도 5000억원 규모 증자가 마무리되면 '주주가 아닌' 산은이 지분 10% 가량을 확보하지만 1대주주인 '3자 주주연합'(KCGI·반도개발·조현아) 지분은 45.2%에서 40.5%로 준다.

신주인수권리가 보장되지만 주주가 아닌 자에게 진행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한 경우에 한해서다. 한진칼도 정관을 통해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가 이번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의 목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증자라는 한진칼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항공 빅딜은 계속 추진되지만, 반대의 경우 빅딜은 중단된다.

한진칼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증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진칼은 유상증자 목적에 대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와 항공산업의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공시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항공산업 재편'도 이유로 든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한진칼의 재무구조가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할 정도일까다. 지난 3분기 한진칼 회계장부를 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올해 실적은 좋지 않다. 올 1~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2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6% 감소했다. 순손실은 4141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법이 명시한 '재무구조' 측면에서 보면 위험 수준은 아니다. 지난 9월말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158.5%다. 부채비율 적정선(200%)과 비교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수준이다. <관련기사 : 빅딜 자금수혈 아시아나, 빚더미 벗어날까>

KCGI가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정상기업 수준"이라며 "굳이 산은이 긴급하게 혈세를 동원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증자를 통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빅딜을 통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692.9%에서 393.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사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특수성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강성부 KCGI 대표

◇ 한진칼 경영권 분쟁 방어 목적 숨었나?

또 다른 쟁점은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방어하기 위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이용했느냐다.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증자에 비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조달된 자금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이 아닌, 한쪽 편의 경영권 확보 같은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한진칼은 이번 증자가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KCGI는 이번 증자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면 현재 지분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CGI는 이를 근거로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아닌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도 항공 빅딜을 추진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칼은 사채발행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고, 주주배정 증자와 자산매각은 빠른 기간내에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고 반박하고 있다. 산은은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 증자에 투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한진그룹 지주사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한진칼 현 경영진과 산은 측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에서조차 "아시아나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관련기사☞ 한진칼 분쟁 끼어든 산은…특혜·졸속 논란 키웠다

최근 지나치게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의 한진칼의 행보도 석연치 않다. 한진칼은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국 항공산업이 붕괴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면허 취소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까지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한국 항공산업보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식회사다. 오히려 이번 빅딜이 대한항공 주주 입장에선 반가울 리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은 1조7700억원을 증자해야해서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실권주를 금융기관에서 인수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도 희석된다

더욱이 1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빅딜이 무산되면 파산된다"고 말할 정도로 재무적 상황이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더 재무구조가 나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주주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은 입장에서 보면 부실 회사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는 장사'다. 이동걸 회장의 과거 발언에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두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그는 평소 "산은 밑으로 들어오면 어떤 기업도 나가기 싫어한다. 주인의식이 결여돼 모럴해저드가 있다"며 채권단이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산은은 파산 직전인 아시아나항공을 한진칼에 떠넘길 수 있고, 한진칼은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동시에 경영권 분쟁도 끝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산은은 "어느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코로나19로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무시 못하는 상황이다. 재판부의 고민은 깊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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