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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분쟁 끼어든 산은…특혜·졸속 논란 키웠다

  • 2020.11.20(금) 15:35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재벌 특혜 논란
여당서도 "산은이 왜 한진 일가 지원하냐" 비판
이동걸 "네버엔딩 한진칼 분쟁..기다리다 공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시작부터 '재벌 특혜' 논란에 삐그덕거리고 있다. 산업은행을 통해 투입되는 혈세 8000억원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그룹 일가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지적 탓이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번 빅딜을 이끄는 산은의 의지는 강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여당 내 반대 목소리를 낸 의원들을 향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이 '오해'라며 이를 바로잡고 이번 빅딜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 왜 대한항공 아닌 한진칼에 혈세 투입됐나

이번 빅딜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초대형 항공사를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산업적 측면에선 명분이 있다. 전 세계 항공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고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가 터지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자금 조달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은이 맡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자체적으론 인수자금을 댈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원을 쏟아 넣고도 정상화와 외부 매각에 실패한 산은이 나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구조'를 짠 것이다. 하지만 빅딜의 자금조달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빅딜 자금조달 구조를 보면 ①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 투자 ② 한진칼이 2조5000억원 규모 대한항공 증자에 7300억원 투입 ③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증자 1조5000억원, 전환사채 3000억원) 등 순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공적자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에 바로 투입되지 않고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칼을 통해 유입된다는 점이다. 자금조달 구조에 왜 '①단계'를 넣었냐는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두고 현 경영진인 조원태 회장과 '3자 주주연합'(KCGI·반도개발·조현아)은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의 지분은 41.8%로 '3자 주주연합'(45.2%)에 밀린다. 이 가운데 산은이 한진칼 유증에 참여해 지분 10%를 확보하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공적자금이 사기업 분쟁에 투입되게 된 셈이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 등 7명은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아시아나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이동걸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지난 19일 이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네버엔딩 스토리"라며 "그 엔딩을 기다리면 두 회사 모두 망한 다음 항공산업 재편을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산은은 어느 누구도 편들지 않는 중립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도 거들었다. 그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항공이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한진칼 대신 산은이 참여하게 된다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은 20% 미만이 되어 지주사 요건을 위반한다"며 "사실상 지주사 체제가 붕괴된다"고 설명했다.

◇ 다른 대안없나…졸속 협상 우려도

하지만 한진칼의 지주사 체제가 붕괴되지 않으면서 대한항공에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은이 짠 자금조달 방식은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인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방식 대신 산은이 한진칼 교환사채에 7000억원을 투입하면 한진칼 지주사 체제가 붕괴되지 않으면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주'가 아닌 '채권자'가 되면 사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3자 주주연합은 지난 16일 한진칼의 유증을 중단해달라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KCGI 측은 "아시아나 잠재부실 부담을 고민하던 산은과 정책당국이 항공업 통합과 실업 우려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게 된 참사"라고 평했다. 이어 "한진칼이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대한항공 증자에 참가할 수 있음에도, 마치 산은의 증자가 안되면 합병이 무산되는 것으로 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산은이 졸속으로 빅딜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이후 2개월 만에 이번 빅딜을 공개했다. 코로나19 상황속에서 조기에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야 인정할만 하지만, '재벌 특혜 논란'을 최소화할 방안은 결국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산은은 그동안 아시아나에 3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그 성과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졸속으로 이번 방안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은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항공운송업의 대호황 이후 찾아온 코로나 위기로 항공운송업은 붕괴 위기"라며 "지각변동에서 살아남으려면 환골탈태 해야 한다. 우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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