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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 예상항로 이탈' 아시아나항공…부채비율 1387%

  • 2020.03.26(목) 14:23

부채비율 2배 급증…회계기준 변경·결손금 영향
HDC 2.2조 수혈 받지만 재무구조 개선 미지수
"코로나 좋아지면 하반기 재무구조 빠르게 개선"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1387%로 치솟았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항공업계의 부채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은 벼랑 끝에 내몰린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18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면 부채비율은 약 597%으로 내려 갈수 있지만 지난해 예상했던 목표치(308%)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기치 못했던 악재도 있다. 코로나19로 작년 수준의 적자가 이어질 경우 부채비율은 다시 위험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1386.7%로 일년전(649.3%)보다 2배 넘게 급증했다. 적정 부채비율(200%)의 6배가 넘는 위험한 수치다. 대한항공(871.%), 에어부산(811.8%), 제주항공(351.4%), 티웨이항공(327.7%), 진에어(267.4%) 등 국내 항공사 중에서 가장 높다.

부채비율이 급등한 이유는 항공기 도입 관련 회계기준이 바꿨고 영업악화로 결손금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대당 3000억~4000억원에 이르는 대형항공기를 현금으로 사지 않고 리스 등을 통해 도입한다. 작년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보유한 항공기 84대 중 운용리스는 54대(64%), 금융리스는 10대(12%)였다. 직접 소유한 항공기는 20대(24%)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선호한 운용리스는 항공사가 운용리스회사로부터 항공기를 빌리는 방식이다. 그간 운용리스는 리스료를 비용으로, 금융리스는 자산과 부채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작년 새 회계기준(IFRS16)이 도입되면서 운용리스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됐다. 금융리스보다 리스료가 비싸지만 부채비율 산정에 유리했던 운용리스의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작년 아시아나항공의 리스부채는 5조7673억원으로 2018년(1조4154억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자본은 결손금 누적으로 오히려 줄었다. 부채는 급증하고 자본은 줄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시기·금액은 모르지만 언젠간 갚아야할 빚' 충당부채도 급증했다.

운용리스는 임대기간이 끝나면 항공기를 수리해 운용리스회사로 소유권을 넘기는데 이를 대비해 향후 지출될 정비비용을 복구충당부채로 미리 인식해야한다. 작년 아시아나항공 충당부채는 1조264억원으로 2018년보다 448.3%(8392억원) 증가했다.

작년 초 아시아나항공이 재감리 위기에 빠진 것도 충당부채 탓이었다.

작년 초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 충당부채 등과 관련해 충분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감사의견 '한정'을 제시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은 재감리에 들어갔고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

앞으로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재무구조를 어느정도 개선할 수 있느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에 2조18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예정이다. 자본 수혈을 받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총계는 1조55억원 가량 늘고 부채총계는 1조1745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지난해 부채와 자본에 적용해보면 부채비율은 597%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작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수혈하면 부채비율이 308%까지 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구조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3월25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여객수(국내선·국제선)는 399만7279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2.7% 감소했다. KB증권은 최근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이 대한항공 6600억원, 제주항공 9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19 피해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으로, 올해도 이 수준의 적자가 이어지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수혈한 자본은 사라지고 다시 부채비율이 치솟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반기가 힘들 수 있다"면서도 "하반기에 코로나19가 개선된다면 그간 여행을 미뤘던 '이연수요'가 한번에 발생해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메르스와 사스 사태때에도 그 다음해에는 폭발적인 성장이 뒤따랐다"며 "부채비율이 그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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