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부회장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을 만났다. 최근 본지가 기사를 통해 성 장관과 르노그룹 경영진의 회동을 예고한 대로다. ▷관련기사: [단독]산업부 "장관, 르노 부회장 만난다"…車반도체 SOS(4월19일)
이날 양측이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르노그룹에선 경영난에 빠진 르노삼성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면담에 대해 "산업부와 르노그룹, 르노삼성간 자동차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차 투자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이날 면담이 차량용 반도체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었다. 지난 15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민우 산업부 자동차항공과장은 "저희 장관이 르노그룹 부회장을 만나 한국 부산공장의 차량용 반도체를 많이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특별히 직접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 장관이 직접 르노그룹 부회장을 만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요청한 것은 한국에 생산공장을 둔 외국계 완성차그룹 르노의 생산 시스템 때문이다. 이 과장은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의 경우는 글로벌 소싱(대외 구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한국 물량을 배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르노삼성차는 아직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판매 부진에 따른 감산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날 면담도 르노그룹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르노삼성의 생산조정과 구조조정과 관련한 의견이 오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0억4600만 유로(10조79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르노그룹은 라틴 아메리카, 인도, 한국에 대해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며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공장의 (원가절감)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업계에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수출 물량을 줄이거나 부산공장의 생산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 있다. 최근 노조와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면담에 나온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 부회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르노삼성차 사장을 지내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인사여서 이목을 끈다.
르노삼성차는 2011년 2150억원, 2012년 1720억원 등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이 기간동안 22%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중국으로 넘어간 그는 최근에는 르노그룹의 중국 합작사 지분 매각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작년 10월 르노그룹 국제 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 Partnerships) 담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돼 내용을 알 수 없다"며 "다만 르노삼성이 성공적으로 서바이벌 플랜을 완수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양해를 해달라는 요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