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I)의 전기차(EV) 배터리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내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IPO(기업공개) 성공을 자신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영업비밀·특허 침해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했고, SKIET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습식 분리막 시장도 성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SKIET는 이번 IPO를 통해 최대 2조2000억원이 넘는 공모자금을 확보하고 대규모 추가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 "'고성장 고마진' 습식 분리막 선두, 굳건히 하겠다"
SKIET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비전과 사업 전략을 밝혔다. 노재석 SKIET 대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회사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시장 선두 지위를 굳건히 하겠다"며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사업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KIET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Lithium-ion Battery Separator)과 투명 폴리이미드(PI, Poly Imide) 필름 종류인 플렉서블 커버 윈도(FCW, Flexible Cover Window) 등을 생산하는 소재 기업이다. LiBS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만나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는 지난해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다. 티어1은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 포드, 현대차·기아 등 선두권 기업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을 뜻한다. 건식 분리막은 얇게 만들기 어려워 자동차에는 습식 분리막이 주로 쓰인다.
성장성과 수익성은 2019년 4월 SKI에서 물적분할한 시점을 기준으로 증가세를 파악할 수 있어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 하지만 성장가도인 점은 대체로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액은 4693억원이었는데, 이는 2019년 2~4분기와 비교해 78.4% 증가한 것이다.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52억원, 8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4분기 대비 각각 55.4%, 38.4%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9년 1분기 실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연간 단위로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익 등이 성장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SKIET는 작년 전기차용 습식 분리막 판매량도 2018년 대비 490% 성장했다고 밝혔다.
분리막 시장 전망도 밝다. 이 시장은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소수 기업만 진출했고 높은 수익성도 특징이다. SKEIT는 "티어1 시장은 전체 전기차용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44%에서 2025년 6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2023년부터 공급부족이 예상된다"고 했다. 납품 단가도 티어1과 기타 업체들에 공급되는 분리막 평균가격차가 지난해 약 60%에 달했다. 오는 2025년에는 97%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 IPO로 최대 2조2000억 확보…"투자 확대"
SKIET의 총 공모주식수는 2139만주로,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7만8000원부터 10만5000원이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1조6684억~2조2460억원에 달한다.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방침이다. 또한 이달 28일과 29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 시기는 다음달 중순이다.
SKIET는 IPO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회사 성장성과 시장 전망이 밝은 것에 투자자들이 긍정적 평가를 할 것이란 기대다. 이에 앞서 SKIET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2019년부터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 소송전을 벌였는데, 최근 2조원 규모 합의금을 LG에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경영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더 나아가 자사 제품을 LG에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긍정적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
노재석 대표는 "모회사의 어려움과 별개로 저희는 판매 등 실적에 큰 지장이 없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에선 과거에 어려웠던 LG와의 대화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판매가 증가할 포텐셜(잠재력)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최근 폭스바겐과 테슬라가 선언한 배터리 생산 도전과 같은 변화도 마찬가지다. 노 대표는 "분리막을 폭스바겐에 팔든 테슬라에 팔든 분리막은 어쨌든 필요한 것"이라며 "저희 고객군이 바뀔 수는 있어도 분리막에 대한 판매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품 안전성 요구가 까다로워지면 저희 제조방법인 '축자연신'을 통해 일본 경쟁사보다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자연신은 좌우로 3~9배, 상하로 3~9배 확장해서 제품을 만들지만, 일본 회사들은 고정된 폭에서 최대 7배밖에 확장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과의 원가 경쟁의 경우 일단은 품질 차이로 대응하는 한편, 제3국에서 생산할 경우 월등한 생산성으로 원가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는 당장 임박한 문제로 보지 않았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이고 주행거리는 길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 대표는 "저희도 그렇고 투자자들도 전고체 배터리가 나올 시점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며 "빨라야 2030년으로 보지만 비싸서 원가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가 상단 기간 공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는 "모회사와 함께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보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계속 보고 있다"며 "언젠가는 전고체 비즈니스에서도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은 투자에 쓸 방침이다. SKIET는 최근 유럽에 3·4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대규모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해 시장 지배력 강화에 이미 나서고 있다. 노 대표는 "신주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투자비에 들어갈 것"이라며 "당분간 매년 7000억~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2023년까지 공모자금을 쓰고 2024년 이후는 자체적으로 만드는 현금으로도 투자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주매출 비중이 60%가량인 까닭에 IPO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표는 "구주 매출을 일으키는 SK이노베이션도 매각대금을 배터리 분야에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자사 실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개발(R&D)의 경우 회사마다 요구하는 디자인과 콘셉트가 다르므로 고객사가 요구하는 바대로 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 미국을 핵심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시장의 경우 2024년 이후에 분리막 공장을 신설할 정도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미국 내 분리막 수요가 적고 투자·운영비용도 다른 지역 대비 비싸 설비투자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