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갤럭시' 브랜드를 안고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DNA를 이식한 '갤럭시북 프로'다. ▷관련기사: 갤럭시 생태계에 노트북 합류…'갤럭시북 프로'(4월29일)
그 중에서도 '갤럭시북 프로 360'은 이름대로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는 제품이다. 여기에 S펜까지 더해져 있다. 완전히 뒤집어서 사용하면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같기도, S펜 활용성을 보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같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제품은 유독 애플의 노트북 제품인 '맥북'을 닮았다. 이름(갤럭시+북)부터도 그렇고, 전반적인 외관도 맥북을 연상시킨다. 갤럭시의 브랜드에 기댄 기기 간 연동성의 힘으로 노트북 시장에서도 앞장서고야 말겠다는 삼성전자의 고뇌가 느껴졌다.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북 프로 360 15.6인치 제품을 대여해 1주일 동안 사용해 봤다.
가벼워졌다, 그런데 알차다
'알차다.' 제품을 처음 받아보고 느낀 점이다. 충전기와 이어폰을 빼고 얄팍해진 요즘 스마트폰 구성품과는 달리 갤럭시북 프로 360은 충전기와 마우스, 노트북 케이스 등이 모두 담겨 있었다. 특히 충전기는 USB-C타입 범용이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라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할 듯 했다. 65W 급속 충전이어서 배터리가 0% 상태여도 약 30분만 충전하면 최대 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15.6인치 모델은 가로 354.9mm, 세로 228mm에 1.39kg의 무게다. 요즘 노트북 치고는 들고 다니기에는 다소 컸다. 그래도 두께는 11.9mm로 얇았다. 보기엔 컸지만 얇은 덕에 생각보다 휴대에 부담스럽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작인 갤럭시북 플렉스2 대비 두께는 20%, 무게는 10% 줄어든 수준이란다. 충전기도 작아졌다. 기본 충전기는 기존 대비 절반 수준 크기로 바뀌었고, 노트북과 함께 휴대해도 부담이 없도록 무게도 약 30% 줄었다.
신영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이너는 삼성전자 뉴스룸에서 "가지고 다니기 편한 크기와 무게는 노트북에서 중요한 요소로 최근 그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성능은 유지하되 최대한 얇고 가볍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화면)는 삼성전자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하는 노트북 제품 중 처음으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그간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써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LCD 대비 색상 표현은 35% 정확해졌고, 반응속도는 0.2ms로 약 30배 빨라졌다. 다만 해상도는 풀HD(1920x1080)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
텐트처럼, 스탠드처럼…원하는 대로
360도로 접히는 노트북은 시중에 꽤 나와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평상시에는 최근 구매한 맥북 에어, 업무 중에는 회사에서 지급한 구형 삼성 노트북을 사용하다보니 화면 터치, 회전 디스플레이를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최근 회사 노트북을 교체해 이 모든 걸 누리고 있는 동료를 마냥 부러워만 했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편리했다. 사실 10년가량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니 화면을 터치하는 것이 익숙해져 가끔 무의식 중에 노트북 화면을 터치하곤 했다. 그런데 갤럭시북 프로에서는 아이콘이 눌리지 않는 민망함이 사라졌다.
360도로 회전하는 디스플레이는 어느 환경에서나 사용하기 좋았다. 평소에는 PC처럼 사용하다가 넷플릭스로 영화를 시청할 때는 '텐트 모드'로 세워놓을 수 있다. 영상 통화 등 세로 화면을 볼 때는 텐트 모드를 90도로 돌려 '스탠드 모드'로 두면 된다. 그림을 그리거나 가벼운 게임을 할 때는 태블릿처럼 접을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변하는 변신로봇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화면이 굽혀진 상태에서는 키보드나 터치패드 등이 작동되지 않았다. 노트북을 태블릿처럼 사용할 때도 키보드가 눌릴 걱정이 없는 셈이다.
특히 S펜의 강점은 노트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갤럭시북 프로360 모델은 S펜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전작 대비 2.5배 두꺼워지고, 1.4배 길어져 평상시 쓰는 펜처럼 쥐는 감촉(그립감)이 좋아졌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S펜을 활용해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를 따라 그려봤는데 실제 펜과 같은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꽤 부드럽게 그려졌다.
충전할 필요 없이 노트북에 자석식으로 부착해 들고 다니면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노트북 화면 상단이 자력이 강해 S펜을 붙인 채 노트북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전작처럼 S펜이 기기에 내장돼 있지 않아 어디서 떨어뜨리지 않을까 슬며시 걱정도 됐다.
'맥-갤럭시' 갈수록 닮아간다?
애플 맥북과 닮았다고 느낀 게 왜인가 했더니, '키보드'였다. 전에 삼성전자 노트북 키보드는 노트북 색상과 같은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바탕과 다른 검정색을 입었다. 지문 인식을 적용한 전원 버튼도 키보드의 맨 우측 상단으로 옮겨갔다. 이것도 맥북과 같다. 기자가 갤럭시북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본 지인이 "이게 그 자랑하던 맥북이냐"고 했다. 제품 앞에 박힌 로고를 보지 못하고서지만 말이다.
키보드는 기능도 개선됐다. 갤럭시북 프로 키보드는 가위식 매커니즘의 키보드를 적용해 키의 길이를 1.5mm에서 1.0mm로 줄였다. 덕분에 타이밍 속도를 높이면서 소음은 덜었다. 전작 대비 'Shift'키도 약 2배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프로 키보드'라고 명명했다.
터치패드도 전작 대비 23% 넓어졌다. 평소 마우스가 없으면 노트북 사용을 꺼리던 편인데, 넓은 터치패드는 마우스 없이도 사용하기 편리했다.
키보드 하단에 붙어있는 '인텔의 에보(EVO) 플랫폼 인증' 스티커도 유독 눈에 띄었다. 절전모드 상태에서 노트북 화면을 열었을 때 1초 이내 즉시 실행되는 등 인텔 에보 플랫폼 인증 조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이 제품엔 인텔의 최신 11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김학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부사장)은 "새로운 갤럭시북은 인텔과 파트너십을 통해 성능 저하 없는 경량화 디자인을 적용, 인텔 에보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제품을 공동 개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