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DNA'를 이식한 노트북을 10개월 만에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급성장하는 노트북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의지다. 작년 4월 처음으로 '노트북 언팩(제품 공개 행사)을 열고 '갤럭시북'을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전세계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에만 19% 성장하며 뜨거워지고 있는 만큼,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도전에 나섰다.
▷관련기사: 갤럭시북2, 매끄럽게 연결되고 깐깐하게 막는다(2월28일)
코로나가 불러온 '노트북' 호황
삼성전자는 지난해 노트북을 '모바일 컴퓨터'로 정의하고, 갤럭시 생태계로 합류시켰다. 노트북 단독 제품으로는 최초로 온라인 언팩 행사도 열었다. ▷관련기사: 삼성폰 수장 노태문, 첫 '노트북 언팩' 연 이유(2021년 4월29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무대의 주인공으로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북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억6800만대였다. 비대면 일상이 지속되면서 노트북 등 PC(개인용컴퓨터)의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국내 시장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작년 국내 PC 출하량은 607만대로 2020년보다 15.3%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 내 PC 보유가 늘었고,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의 노트북 지급률이 증가하면서다.
안방 1위, 글로벌에선 '기타 등등'
삼성전자는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37%을 차지한 1위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중은 미미하다.
SA 집계 결과 현재 글로벌 노트북 시장의 점유율 1위는 중국 레노보다. 레노보는 작년 6340만대를 출하해 2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 뒤는 HP(22%)와 델(17%)이 바짝 쫓고 있다. 애플은 상위 5위 업체 중 가장 높은 연 29% 성장세를 보이며, 4위(점유율 9%)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4분기는 660만대 이상의 맥북을 출하하며 사상 최고치를 깼다.
반면 전세계 노트북 판매 5위권 밖에 있는 삼성전자는 순위에 이름 조차 올리지 못했다. 시장 조사기관이 상위 5위까지만 회사명을 밝히고, 그 아래는 '기타'로 묶어서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인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강조해 노트북 판매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극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는 보지 못한 셈이다.
"IT 기기간 생태계 구축 필요"
전세계 노트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DC는 노트북을 포함한 PC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성장률 3.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증가 영향이 줄어들면서 올해부터 시장이 침체되겠지만, 노트북의 수요는 견조하게 지속될 것이란 게 IDC의 예측이다.
업계에선 기기 간 생태계 구축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PC 시장 성장에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권상준 한국 IDC 이사는 "비대면 환경은 지난 3년간 PC 수요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며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간 데이터와 콘텐츠를 사용자가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