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못 밝힌 취재 뒷이야기.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포털, 통신, 게임 등 우리 생활에 밀접히 연결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시시콜콜한 내부 사정을 함께 들여다보시죠. [편집자]
'1비트코인=1억원' 기대감이 무색해진 요즘입니다. 중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채굴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데다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 비트코인이 4000만원선으로 주저앉은 이후 기를 못 펴고 있네요. 설상가상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금융위원회가 전날(28일) 거래소 관리 주무부처로 지정됐습니다.
이로 인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들의 가격이 떨어지면 혹시 거래소 수익성이 덩달아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지요.
특히 두나무는 공식적으로 상장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으나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꾸준히 나스닥 상장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두나무 상장설을 믿고 카카오, 한화투자증권 등 '두나무 관련주'에 투자한 분들도 꽤나 많죠. 그렇다면 코인 가격하락은 두나무의 상장 분위기에 찬물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적으로 말하면 코인 가격이 뚝 떨어진다고 거래소 수입이 줄지 않습니다. 손절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거래량이 유지되기 때문이죠. 거래소의 주 수입원은 거래 체결로 인한 수수료입니다. 업비트는 매도 금액의 0.05%를 수수료(예약매도는 0.139%)로 받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지난달에 이어 5월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재무 실적을 거둘 전망입니다. 업비트의 4월 한 달 매출이 무려 6000억원, 영업이익은 55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관련기사: [단독]업비트 4월 한달치 영업익 역대최대…올 1~3월 석달치 넘어 (5월25일)
이달에도 투자자들의 '패닉셀(Panic Sell)'이 속출하며 업비트에서 매수매도로 체결되는 거래량 자체가 엄청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의 누적 거래량은 무려 5212억달러로 4월 한달 거래량(5370억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거래량이 유지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 말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최고조를 기록한 뒤인 2018년과 2019년에 다소 심심한 재무성과를 거둔 바 있는데요. 그때처럼 투자 열기가 가라 앉으면 업비트의 재무 실적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래소 운영진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것이겠죠.
여기서 질문. 업비트가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상장을 고민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최초의 가상자산 상장사인 '코인베이스' 사례를 볼까요. 이 회사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DPO)한 것은 지난 4월입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뜨겁지 않던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상장을 준비했습니다.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는데요.
"가장자산 업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였다" "우리는 상장 이후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오해를 지닌 사람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만큼 강력하고 국민과 기업들 GDP 성장,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다"
즉 가상자산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증시 상장을 택했다는 얘기인데요. 코인의 시세에 연연해 상장 타이밍을 노렸다기 보다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과감하게 증시에 입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두나무의 상장 추진도 경영진의 의지에 달렸는 분석이 높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한다는 건 투자자들에게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인데요. 투자금 보호는 물론 서비스 오류로 인한 보상 등 온갖 일들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장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죠.
결국 두나무 상장은 코인베이스만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가지지 않고선 어려울 것입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상장 전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상장사가 된 이후에도 우리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지속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사업 면에서 둔해지거나 안일해질 만큼 규모를 키우지 않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의 시세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싸늘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두나무의 경영진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관심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