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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빅딜 마무리…1조원의 향방은

  • 2021.06.24(목) 17:37

삼성물산 8210억원, 삼성SDI 1658억원
한화종합화학, 수소사업 키워 '체질 개선'
삼성SDI "배터리에 투자"…완성차 JV 유력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한화가 삼성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삼성물산 20.05%·삼성SDI 4.05%)를 1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6년 전부터 진행된 삼성-한화그룹의 '빅딜'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화가 어떤 사업에 힘을 주고, 삼성은 이번에 마련되는 대규모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에 쏠린다.

한화, 1조 들여 삼성과의 빅딜 마무리

지난 23일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를 결의했다.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할 때 일부 지분을 남겼다. 당시 삼성종합화학(현재 한화종합화학)에 남아있던 삼성 측 지분을 이번에 한화가 모두 인수하는 것이다.

거래대금 1조원은 한화와 삼성의 협상을 통해 합의된 금액이다.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의 실적과 미래 사업에 대한 전망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산출됐다.

한화는 빅딜 마무리를 계기로 한화종합화학을 수소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등 친환경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화는 수소 혼소 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인수했다. 수소 혼소는 기존 가스터빈을 개조해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화석연료 기반 자산을 활용하면서 수소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이므로 수소 시대의 징검다리 기술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LNG+수소 발전' 한화, 국내 첫 원천기술 확보(3월22일)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친환경화도 본격화한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부생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모빌리티 사업, 화석 원료를 바이오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플라스틱 재활용을 넘어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분해해 자원을 순환 사용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진행중이던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절차는 일단 철회하고, 당분간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변화를 먼저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최근까지 병행한 끝에 지분 인수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상장 재추진은 향후 기업 성장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투자에 쏠린 눈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을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경우 총 8210억원 정도를 확보하게 되는데, 이를 투자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주력 사업이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을 받은 건설과 상사 부문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이밖에도 패션, 리조트, 급식·식자재, 바이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1658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역시 이를 투자 재원 및 운영 자금으로 쓸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투자 재원이 될 것"이라며 "공장 증설이나 설비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이나 완성차와의 합작법인(JV) 설립에 이 자금이 활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빅딜 마무리 직후 내놓은 보고서에서 "삼성SDI는 연내 미국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기조와 2025년 발효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무관세 조항(역내생산비중 75% 조건) 충족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삼성SDI '해외투자'에 쏟아지는 관심(6월18일)

게다가 최근에는 전영현 사장이 헝가리 괴드 공장을 깜짝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투자 소식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SDI는 올해 초 헝가리 공장 증설에 1조원 가까이 추가로 투입한 바 있다. 다른 지역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삼성, LG 등 6개사와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차세대 배터리 '젠5' 양산을 앞두고 현지 임직원 격려차 헝가리를 방문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략 3년에 걸쳐 지분매각대금을 받는 일정이나 금액 규모를 고려하면 당장은 이 자금 만으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화 측은 "인수 대금 1조원은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내게 된다"며 "두 회사의 보유 현금으로 올해 1차 대금을 지급하고 내년부터 지급할 2~3차 대금은 앞으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나누어 낸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투자재원 확보로 (삼성의) 기존사업 강화 및 신사업 확대가 기대된다"면서도 "단, 한화측 제안으로 처분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처분금액도 3년간 분할 수령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대규모 투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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