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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해외투자'에 쏟아지는 관심

  • 2021.06.18(금) 14:54

해외공장 추가투자 트렌드…삼성만 '침묵'
영국과 달리 미국 투자는 현실화 '가능성'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SDI가 영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경쟁사들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에서 미국·동남아 투자 소식이 잇따르는 점과 대조적으로, 삼성SDI만 해외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영국 투자 관련 보도에 부인하고 있으나, 전영현 삼성SDI 대표가 이달 9일 국내에서 열린 '인터 배터리' 행사에서 미국 투자 계획과 관련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삼성SDI, 영국 진출?

현지 언론과 통신사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삼성, LG 등 6개사와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미국 포드, 일본 닛산과 같은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 '이노뱃 오토'(InoBat Auto) 등이 이 논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식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영국 정부가 이른바 'K-배터리'에 러브콜을 보내는 신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작년 11월 영국 정부는 오는 2030년부터 휘발유·경유 기반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해당 시점부터 영국은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정책에 차질이 없으려면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 입장에서도 영국은 꽤 매력적인 시장이란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단일 시장으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유럽 대륙을 핵심 시장으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작년 기준 영국에서 수출된 자동차 중 53.5%는 유럽으로 수출됐다. 유럽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도 손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해 "전세계 여러 지역을 놓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LG는 기존 폴란드 공장 증설 외에도 현대차와 함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페인 시장 진출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영국 투자 소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전후로 등장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 때도 'K-배터리' 관련 투자 논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스페인 방문에 동행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삼성SDI는 이미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중이며, 법인세 감면 등 현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헝가리 공장 증설에 1조원 가까이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영국 투자에 충분한 매력요소가 없다면 새로운 지역에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행보는 부담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는 의지의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투자에 대해 강한 부정을 하지 않은 LG의 경우에도 폴란드에 2016년부터 2025년까지 6조7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한 상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와는 2019년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도 내놨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미국 포드와 함께 6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LG와 SK는 그룹 총수가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이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는데, 삼성만 이미 발표했던 반도체 투자 계획 외에는 침묵한 바 있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 조감도./자료제공=삼성SDI

가능성 높아진 미국 투자

하지만 전영현 삼성SDI 대표가 지난 9일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밝힌 미국 투자의 경우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전 대표는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증설이나 이를 위한 완성차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는 했다. 하지만 현지 정책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발효했기 때문이다. 이는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의 경우 2023년까지 75~85% 이상을 미국 생산 제품을 사용해야 무관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도 미국에 공장이 있기는 하나,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배터리 팩을 조립하고 있다. 현지에서 조립하는 경우 생산 공장이 있는 것과 비교해 관세 측면에서 차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관세 관련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공장을 직접 설립하거나 현지 완성차 업체 등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직접 투자는 삼성의 결단이 필요하다. 다음 수단은 현지 협력사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내 완성차 '빅3' 중 2곳은 이미 LG와 SK와 손을 잡았다. GM과 포드다. 남은 곳은 '스텔란티스'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쳐진 회사다. 

삼성SDI가 배터리를 공급하는 곳으로 알려진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차세대 테슬라로 불리긴 하나, 스타트업 수준이다. 전기차 사업이 주력인 테슬라의 경우 배터리 자체 생산을 구상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선 중장기적으로 고객사 이상의 관계가 되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장 증설에 과감하게 나설 수는 있으나,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그런 의지가 강하게 보이진 않는다"며 "각형을 주로 쓰겠다고 밝힌 폭스바겐이나 원통형 위주로 쓰는 테슬라가 있어 그런 회사 상대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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