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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조 투자서 거론 안된 삼성SDI…미국은?

  • 2021.09.03(금) 18:19

이재용 복귀 후 반도체·바이오 투자만 언급
미국 투자는 '불가피'…영국 진출 가능성도

삼성이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키우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한 이후 반도체, 바이오 산업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SDI가 꾸리고 있는 배터리사업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삼성SDI의 최대주주(지분율 19.58%)가 삼성전자다.

삼성SDI는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더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대형 투자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단위 달라진 배터리 시설투자

3일 삼성SDI 반기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상반기에 집행한 배터리(에너지솔루션 사업) 부문 시설투자 금액은 6872억원으로 전년동기 5890억원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연간 시설투자 금액의 60%가량이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에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시설투자는 2016년 5976억원, 2017년 8275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이 회사가 자동차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뒤부터는 2018년 1조8001억원, 2019년 1조5896억원, 2020년 1조4653억원 등으로 단위 자체가 달라졌다. 

특히 근래에는 미국 내 공장 신설 가능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내 구체적 계획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SDI도 이를 공식화한 바 있다.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려운 단계지만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미국 투자를 본격화한 상태다. LG는 제너럴모터스(GM), SK는 포드와 손잡고 수조원대 투자와 함께 현지 합작공장 건설에 나섰다.

문제는 시기와 구체적 규모다. 규모를 키워 경쟁사를 압도하려면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도 필요하다. 그러나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2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할 때 '제2의 반도체'로 언급한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가 아니라 바이오 산업이었다.

손을 잡을 상대로는 미국 3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가 후보로 거론된다. GM과 포드의 뒤를 잇는 사업자이면서 전기차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출범한 완성차 업체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관련 사업에 300억유로(약 40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내놨다.

미국 말고도?…또 다른 가능성

삼성SDI가 제조하는 배터리의 주력 제품이 원격 납품도 가능한 각형과 원통형이란 점에서 다른 방향도 함께 검토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폭스바겐은 각형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고, 테슬라와 리비안은 원통형을 주로 쓴다. SK나 LG의 경우 완성차 업체와 생산 초기부터 협력하는 게 특징인 파우치형이 주력이다.

이와 관련 영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BMW가 영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와 관련해 420억원가량을 지원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삼성SDI는 BMW 배터리 최대 공급자라는 점에서 향후 수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영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과 LG를 포함해 6개사와 논의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관세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발효하면서, 점차 현지 생산이 필수적인 상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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