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의 불공정한 웹툰·웹소설 계약 관행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특히 작가와 선지급 방식의 '미니멈 게런티(Minimum Guarantee, MG)' 계약을 맺는 것과 관련해 카카오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내세워 이를 강요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는 국감 이후 작가와의 계약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있는지 샅샅이 살펴본다는 입장이나, 이미 굳어버린 계약 방식과 작가에게 불리한 처우 등이 공론화되는 양상이다.
약자에게 한정된 'MG 계약' 의혹
올해 정기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다. 이달 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무위원회(5일)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7일) 국감에서 이 문제가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엔터가 웹툰·웹소설 작가에게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엔터는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비율이 무려 50%에 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웹툰 작가가 1000만원의 수익이 나면 이 가운데 절반인 50%를 수수료로 카카오에 내야 한다.
50%의 수수료율은 콘텐츠 업계 최고 수준이다. 카카오와 더불어 웹툰 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만 해도 평균 30%에 불과하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수수료 역시 최고 수준이 30%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을 두고 카카오엔터와 작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일 문체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구글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1차 수수료를 떼어간 것이 합산되면서 전체 수수료율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 카카오엔터의 수수료율은 10~2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러한 수수료율을 감안해도 창작자의 수익이 적은 것은 아니며 많게는 70% 이상이 창작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할 때 웹툰 작가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거짓이다'라며 항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논란이 된 것이 카카오엔터가 신인 작가에게 미니멈 게런티(MG) 계약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선투자금을 뜻하는 MG는 콘텐츠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계약 방식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미래에 벌어들일 수입을 가정하고 이를 일정부분 미리 떼어주는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신인 작가와 계약을 맺을 때 MG를 제안하고 이와 더불어 수수료율을 50%까지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내세워 협상력이 불리한 신인 작가에게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유명한 작가들과는 달리 신인 작가들에게만 투자 개념이라고 하면서 MG 계약을 제안했다"며 "(이렇게 계약한 작가들은) 이익이 날 때까지는 다른 플랫폼과 계약을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프로모션 또한 카카오엔터의 수수료율을 높이는 데 활용됐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카카오페이지는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방식 중 하나로 일정시간이 지나면 작품 다음 회차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다리면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프로모션이 적용되는 작품은 수수료율이 45%로 뛴다.
직접계약률 네이버는 90%, 카카오는 10%
네이버는 콘텐츠 수입 분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카카오엔터의 계약 방식은 네이버웹툰과 대조적이다. 카카오엔터는 다수의 출판업 자회사들(CP, 삼양씨엔씨, 다온크리에이티브, 알에스미디어, 필연매니지먼트, 배틀엔터테인먼트, 인타임, 케이더블유북스 등)을 통해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의 90%가량이 이런 방식이다.
반면 네이버는 작가와의 직접 계약 비율이 88% 수준으로 높다. CP를 통한 계약률이 높다는 건 플랫폼이 작가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에 어려운 구조란 의미다.
네이버는 또한 웹툰·웹소설 유상 구입으로 인한 매출뿐만 아니라 페이지뷰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을 모두 합쳐 작가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카카오와 달리 작가 수입을 제외한 순매출로 연간 매출을 공시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웹툰의 창작자 계약 대부분이 MG 방식이 아닌 후분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는 국감 직후 불공정 계약이 있었는지 CP 자회사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진수 대표는 문체위 국감에서 "잘 하고 있다고 취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가들이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지 자회사 대상으로 전수 조사하고 업계에 선도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