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곳이 바로 여가 플랫폼 업계다. 대표 기업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코로나 여파로 눌렸던 해외 여행의 수요가 조만간 폭발할 것에 대비해 관련 사업 부문을 정비하거나 해외 여행에 특화한 업체를 아예 인수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여행에 초점을 맞춰온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해외 사업 강화를 계기로 국내외 여행 수요를 모두 잡고 시장 지배력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으로 여행 수요가 제한되면서 이들의 국내 서비스 영향력은 에어비앤비와 아고다 등 내로라하는 해외 숙박 앱들을 따돌린 상태다.
야놀자 3천억, 여기어때 5백억 '투자 러시'
얼마전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인수전에 깜짝 등판한 야놀자는 지난달 최종 원매자로 확정됐다. 야놀자가 사들인 것은 인터파크의 '알맹이'와 다름없는 전자상거래사업 부문이다. 쇼핑을 비롯해 티켓과 여행, 도서 사업을 맡고 있는 곳이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유치한 2조원의 투자자금 가운데 일부인 2940억원을 인터파크 인수전에 과감히 베팅했다.
야놀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열찬 지분투자를 단행해왔다. 거래 종료 이전인 인터파크를 제외하고 야놀자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투자를 단행한 업체는 총 4곳이다. 인수금액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숙박 예약 등에 집중해온 여기어때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어때는 지난달 해외 여행에 특화한 온라인투어의 지분 20%를 약 5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계약에 담아 추가 지분인수 가능성을 한껏 열어둔 상태다.
소수지분 인수를 꾸준히 진행해왔던 야놀자와 달리, 여기어때는 그간 외부 투자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여기어때가 지분투자에 나선 건 지난 2019년 망고플레이트 인수 이후 약 3년 만이다. 온라인투어와 더불어 추가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 플랫폼의 투자 러시는 해외여행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면 전환되면서 해외여행 예약 수요가 벌써부터 늘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지난 7월 사이판에 이어 최근 싱가포르와도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하면서 국제선 탑승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온라인 아웃바운드(국내에서 국외로 가는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인터파크, 온라인투어 지분 인수는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단 평가다.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 경향이 강해지면서 항공권, 숙박, 패키지 여행상품 구매는 이들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인터파크투어가 정부의 '위드코로나' 공표 직후 판매한 유럽여행 패키지에 2만명의 소비자가 몰린 게 단적인 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그간 '모텔 대실 앱' 꼬리표를 달고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야놀자는 이지테크노시스, 산하정보기술 등 시설분야 자산관리시스템(PMS) 솔루션 업체들을 인수해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여행사 합종연횡에 개발인재 사냥까지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린 곳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작년 매출은 각각 1920억원, 1287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44%, 25% 늘었다. 올해 재무성적은 전년 성장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점유율은 단연 압도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70%,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야놀자와 여기어때 앱 이용자수는 각각 350만명, 270만명에 달했다.
특히 에어비앤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숙박앱을 제친 것은 고무적이다. 국내 3·4위 숙박앱으로 분류되는 에어비앤비와 아고다 앱의 월 평균 이용자수는 60만명 안팎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이들의 격차는 더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들은 이 기세를 몰아 1·2등 지위 '굳히기'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야놀자는 최근 하나투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하나투어의 여행상품을 야놀자 플랫폼에서 판매하거나 공동 투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1억원 규모 인센티브를 걸고 세 자릿수 개발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숙박 플랫폼 역시 '갑질' 논란의 대상이 되자 이미지 제고에도 나선다. 특히 시장 독점 사업자인 야놀자는 모텔 운영업자들로부터 광고수수료 횡포 등을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다. 야놀자는 국감 직후 정부가 조성한 관광기업 육성 모태펀드에 2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숙박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포스트코로나 시기엔 그간 억눌려 왔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게 될 것"이라며 "네이버와 쿠팡 등 이커머스 강자들이 여행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