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북미 출장을 떠났다. 반도체 투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인공지능(AI) 등 현안과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캐나다 찍고 미국으로…반도체 투자 '기대'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캐나다 토론토로 향했다. 특별한 수행원 없이 단독으로 떠나는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내 여러 파트너 회사를 만나고, 보스턴에 간다"는 말을 남겼다.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처음이다. 가장 최근의 출장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ASML 본사 방문이었다. ASML은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장비 생산 업체다. 또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토론토와 몬트리올에서 운영하는 AI연구센터를 먼저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백신 제조사 모더나의 본사(보스턴 소재)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먹거리는 물론이고 백신과 같은 긴급 사안을 빠짐없이 챙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는 무엇보다 '파트너 회사를 만난다'는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의 미국 내 증설을 예정했으나,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들인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히는 사이 삼성만 침묵을 이어가면서 선제적 투자가 빠르게 단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의 파운드리 신축 공장 부지로는 기존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와 같은 지역들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결정하면 총 20조원(약 17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단행될 전망이다.
이재용의 다음 걸음은?
이와 함께 파트너 회사를 만난다는 언급이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에 국한된 일정만 소화한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내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을 방문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 혹은 투자 관계를 새롭게 형성할지도 관심사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인수·합병(M&A) 시장은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와 함께 꿈틀거리고 있다.
대규모 M&A 가능성은 열려있고, 분야도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3년 안에 의미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AI,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전자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새로운 소식이 나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I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추가 딜이 나올지다.
이 부회장의 상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오는 25일 전에는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관련 재판이 예정돼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 이후에 추가적인 해외 경영현장 방문을 이어나갈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전후에도 브라질, 중국, 네덜란드 등 반도체·TV·생활가전·스마트폰 관련 중요 거점을 숨 가쁘게 다녀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