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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보릿고개' 넘은 포터·봉고

  • 2022.03.07(월) 09:54

트럭이 1~2월 가장 많이 팔려
반도체 쇼티지 영향으로 분석

지난 1~2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차 중형 트럭인 '포터'였다. 2위도 세단이 아니라 기아의 트럭 '봉고'가 차지했다.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문제로 일반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서 상대적으로 반도체 문제에서 자유로운 트럭이 판매량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브랜드별 베스트셀링카를 살펴보면 트럭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었다.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 수요가 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쌍용차에선 렉스턴이, 르노삼성에선 QM6가 베스트셀링카로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에선 세단이 강세를 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의 강세가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세단 'G80'을 1만대 이상 팔며 국산 고급차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포터·봉고만 넘은 '반도체 보릿고개'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1만3438대를 판매한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였다. 뒤를 이은 것은 기아 1톤 트럭 봉고로 1만750대를 기록했다.
  
트럭이 국내 차량 판매량 최상위권에 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우선은,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탓에 다양한 일반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트럭은 이런 영향에서 자유로웠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럭에는 반도체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출고에 큰 문제가 없다"며 "다른 일반 차종들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공급 차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까닭에 기존에도 견조한 수요가 있었던 트럭의 판매량이 다른 차량 대비 눈에 띄게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재 일반 차량 가운데 인기 차종들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길게는 1년이 소요될 만큼 정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대차의 기존 베스트셀링카 '그랜저'의 인기가 신차 대기 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배경도 있다.

그랜저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10만대 넘게 판매된 차종이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8만9000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포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1~2월에는 6296대 팔리는데 그쳤다. 전년대비 62% 감소한 것이다.

신차 효과가 점점 줄어들었고 올 하반기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그랜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판매는 신차 효과도 상당한 영향이 있지만, 올해도 반도체 수급 등 외부 이슈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V 강세

트럭을 제외하면 대체로 SUV가 인기였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에도 SUV 판매 비중이 47.3%에 이른 바 있다. 차박, 캠핑 등의 유행에 따라 레저용 차량(RV)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에서 1~2월에 두번째로 많이 팔린 차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9134대)였지만 뒤를 잇는 차종은 팰리세이드(8202대), 캐스퍼(7252대), 투싼(6303대) 등 SUV가 대부분이었다.

기아는 SUV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쏘렌토가 9842대 팔리며 견조한 판매량을 보였다. 스포티지(8236대), 카니발(7241대), 셀토스(7006대)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단 K5, K8의 판매량이 각각 5904대, 5498대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르노삼성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중형 SUV인 QM6(5007대)였고, 2위도 소형 SUV XM3(2480대)였다. QM6의 경우 액화석유가스(LPG) 모델(LPe)이 전체 QM6 판매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등 최근 기름값이 급등한 영향도 반영됐다.

쌍용차는 준대형 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전년보다 91.5% 증가한 5543대 팔렸다. 지난 1월 출시한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신차 효과를 누렸다. 

한국지엠의 인기 모델은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로 1750대 팔렸다.

수입차는 벤츠·BMW 세단…제네시스 G80도 '선전'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차량들이 인기였다. 많이 팔린 차량 10종 가운데 8종이 이들 브랜드였다.

1~2월에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벤츠의 'E 250'(2285대)였고, 2위는 BMW '520'(1764대)였다. 3~5위도 벤츠의 'E 350 4MATIC'과 'S 400 d 4MATIC', BMW의 '530e' 순이었다. 

10위권에 포진한 다른 브랜드는 쉐보레의 '콜로라도'(793대)와 렉서스 'ES300h'(780대)였다. 각각 7위와 9위에 자리했다.

이처럼 수입차는 대체로 세단이 인기를 끌고 국산차는 SUV가 강세를 보이는 양상인 가운데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세단 G80이 1만156대 팔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점도 눈길을 끈다.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인 'G90'은 최근 계약 물량이 2만1000대를 넘기는 등 초반 돌풍을 일으켰으나, 반도체 쇼티지에 따른 공급 문제로 차량 인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제네시스 G90, 2만대 넘게 팔렸다(2월16일)

제네시스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는 아무래도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G80과 G90이 디자인, 성능 등의 측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G90도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면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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