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등 새로운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세포유전자 치료제로의 영역 확장도 선언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31일 기업공개(IPO)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안재용 사장은 "IPO와 영업 현금으로 축적한 현금성 자산과 함께 추가적인 인수 금융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M&A, 백신 사업 강화, 인프라 확충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플랫폼 확보 △세포유전자치료제 영역 확장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예정이다. 또 현재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올 상반기 내 상용화하고 백신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우선 백신 개발을 위한 mRNA 플랫폼 확보에 나선다. 안 사장은 "회사의 mRNA 개발 전략은 콜드 체인(저온 유통체계) 등 현재 mRNA 기술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한 차세대 기술을 타깃하는 것"이라며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국제 이니셔티브와 공동개발해 리스크는 줄이면서 잠재력은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mRNA 플랫폼 확보를 위해 M&A·전략적 투자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기업으론 전체 플랫폼을 다 가진 곳과 기술 요소를 하나씩 가진 곳이 있다"면서 "5조~10조원 정도의 투자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3~4년간 플랫폼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제품의 적극적인 M&A를 추진해 빅 점프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는 연간 90% 이상 성장률이 예측되는 시장이다. 다만 세포유전자치료제 제조 및 생산은 관리가 까다롭고 별도의 노하우와 생산 설비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등으로 쌓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으로 시작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안 사장은 "차세대 바이럴 벡터 CDMO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 것"이라며 "송도 글로벌 R&PD 센터에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 현지화 전략에도 속도를 낸다. 안 사장은 "현지 정부·파트너사와 협력해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동·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수제조관리기준(cGMP)도 확보해 북미 시장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개발 현황과 전망도 제시했다. 올 상반기 안으로 국내 상용화, 3분기까지 영국·유럽의약품청(EMA)·세계보건기구(WHO) 허가 완료가 목표다.
또 부스터샷·청소년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다가백신·범용백신·비강 스프레이 등을 개발해 코로나19 백신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한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는 올해까지 생산하지 않는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밝혔다. 안 사장은 최근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것에 대해 "주어진 현금성 자산 1조6000억원을 통해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보다는 회사에 대한 성장 투자를 우선적으로 할 계획"이라면서도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도 시의적절하고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상장 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등으로 36만원선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가라앉은 상태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0.64% 오른 15만7000원을 기록했다.
안 사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공중보건을 수호할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 세계 백신·바이오 분야의 혁신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