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월 고점을 찍은 뒤, 12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금리 인상 정책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면서 운임료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임 지수 하락에도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의 표정은 어둡지 않다. 여전히 운임료가 높은 수준인데다 매출 비중의 40%가량 차지하고 있는 미주 운임료가 지수 대비 적은 하락폭을 보이고 있어서다. HMM 이번 1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좋을 전망이다.
1월 고점대비 20%↓
지난 8일 SCFI는 4263.66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85.05포인트 감소했다. 미주 동안을 제외한 전 노선에서 운임이 일제히 하락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노선들의 단기 운임(spot)을 지수화한 것으로 글로벌 해운 운임 수준을 나타낸다. SCFI는 매주 금요일 발표된다.
SCFI는 올 초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1월 7일 SCFI는 역대 최고치인 5109.6를 기록한 뒤, 12주 연속 하락했다. 3개월 사이 운임지수가 19.8% 빠진 것이다.
업계에선 작년 급상승한 운임료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SCFI는 작년 3월 말(2570.68)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2022년 1월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인 2019년 말을 비교하면 평균 운임료가 5배가량 뛰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이 기간 운임료가 7배 상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작년 선진국 중심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물동량이 급증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각 항만에선 (물동량 급증과 반대로) 적체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운임료가 급격히 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운임료가 급상승한 사례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엔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근엔 미국 통화당국이 유동성 회수를 통한 양적 긴축 정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산업 전방위에서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역시 항만 적체 현상은 계속되고 있음에도 운임료가 하락한 배경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항만 적체 현상이 운임료 상승의 주된 요인인 것은 맞으나 항상 '항만 적체 현상=운임료 상승'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미국이 유동성 축소에 나섰고 선진국 중심의 저금리 기조가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임료가 뛰려면 배에 실리는 제품들이 생산되는 것이 우선인데 주요 생산 기지인 중국이 지난 1분기 춘절(중국의 가장 큰 명절),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HMM, 1분기 실적은?
지난 1분기 내내 SCFI는 하락했지만 국내 국적 유일 선사 HMM의 올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조26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5.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40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5.6% 급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이 56.4%에 달한다. 다만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작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8%, 7.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HMM의 1분기 실적이 좋은 이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뱃값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CFI는 작년 8월과 비슷한 수준인데 이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운임료가 약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HMM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운임이 급상승했기 때문에) 12주 연속 지수가 하락한 것을 두고 '해운 시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현재 중국이 코로나로 공장 셧다운에 돌입했기 때문에 생산 차질로 인한 수요 부족 사태가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운임료가 다시 뛸 여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SCFI가 운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건 맞지만 노선별 운임 추이가 실적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SCFI는 미주, 유럽, 중동, 호주 등 모든 노선을 지수화해 평균 운임 수준을 볼 순 있지만 각 노선별 운임 가격 추이를 알긴 어렵단 얘기다.
이 관계자는 "HMM의 경우 미주가 매출과 약 40%, 유럽이 약 30% 가량 차지한다. SCFI가 지난 1분기 20% 가까이 하락하는 동안 미주 노선 운임료는 약 10%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선사의 경우 화주들과 매년 3~5월 장기 계약을 맺는데 이 장기계약 운임료는 그 직전 연도의 평균 운임료에 따라 결정된다"며 "작년 모든 노선에서 운임료가 급등했기 때문에 올해 화주들과 맺는 계약들이 좋은 조건에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