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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통신사, 알뜰폰 시장서 동상이몽

  • 2022.04.22(금) 07:00

LGU+, 통신 3위 한계 극복 '알뜰폰 공들여'
SKT, 이용자 이탈로 자칫 시장 균열 우려

'점유율 합산 50% 제한'

요즘 알뜰폰(MVNO) 시장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이 점유율 규제입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기업 편중이 심해지고 있으니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입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알뜰폰 관심 높아져

알뜰폰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설계돼 2010년 10월 시행되면서 올해로 서비스 12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초기에는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 않다가 2019년 5세대(5G) 통신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비싼 5G 요금제 대신 주목을 받았는데요. 

여기에다 코로나 장기화로 오프라인 휴대폰 매장 이용이 불편해졌다는 점, MZ세대 사이에서 '자급제폰+알뜰폰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 등이 작용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에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폰'정도로 각광 받았다면, 최근에는 실속파 고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세대를 가리지 않는 서비스로 거듭난거죠.

알뜰폰은 작년 11월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올 2월말 기준 1080만명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2월말 기준 7350만) 가운데 알뜰폰 비중은 14%로 적지 않습니다. 

통신사망 빌려 70여개 사업자 경쟁

지금의 알뜰폰 시장 성장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통신사는 흥미롭게도 '통신 3위' LG유플러스인데요. 여기서 잠깐 알뜰폰의 설계 구조를 알아보겠습니다.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들의 망을 빌려다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즉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의 서비스 상품을 도매로 떼다 여기에 마진을 붙여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죠. 

알뜰폰 사업자 수는 현재 70개 정도입니다. 대부분 중소 사업자인데요. 대기업도 적지 않게 참여했습니다. KB국민은행이나 에스원(삼성그룹 계열), 스테이지파이브(카카오 계열), 이비카드(롯데카드 계열)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사업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망을 빌려주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각각 알뜰폰 계열사들을 통해 시장에 진출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이동통신(MNO) 회사가 알뜰폰(MVNO) 자회사를 거느리면서 사업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저가항공(LCC)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을 두고 사업하는 것과 비슷하죠.

LG유플러스, 알뜰폰 생태계 확대 역량 모아

통신사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알뜰폰에 부쩍 공을 들였습니다. 자사 망을 가져다 쓰는 외부 사업자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생태계 확대에 역량을 모아왔는데요.

예를 들어 우체국 창구에 알뜰폰 전문 상담 인력을 배치한다거나 서울 합정점에 알뜰폰 전용 컨설팅 매장을 열어 서비스 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도 LG유플러스와 협력 관계입니다 

이에 힘입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LG유플러스 계열인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 합산 점유율은 22.05%. 이는 KT 계열(19.25%)과 SK텔레콤 계열(9.63%)보다 앞선 수치입니다. 

LG유플러스의 선전은 예기치 못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 자칫 대기업이 시장을 휩쓸어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통신3사 자회사 알뜰폰 점유율 50% 넘어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4년에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영업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마련했습니다. 올 2월 기준 통신 3사 자회사 알뜰폰 시장 점유율(IoT 회선 제외)은 50.95%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원칙대로 하면 점유율 규제에 따라 통신사 자회사들의 단체 영업중단 사태가 불가피해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 같은 수치가 알뜰폰을 활용해 기업 간(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착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올 2월 기준 전체 알뜰폰 회선수(1079만) 가운데 거의 절반인 448만 회선은 순수한 휴대전화 목적이 아닌 사물지능통신(M2M) 회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M2M 회선 중에서도 특히 현대, 기아차나 테슬라 등 자동차 업체들의 회선수가 상당한데요. 자동차 업체들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이른바 커넥티트카 서비스를 하면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알뜰폰 회선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M2M 회선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하면 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은 50%에 크게 못 미친 31.4% 입니다. 기준에 따라 점유율 규제 여부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LG유플러스 "알뜰폰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점유율 산식을 놓고 통신 3사와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LG유플러스는 펄쩍 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 점유율을 규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국내외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시장 독식을 막기 위한 취지라면 이동통신 시장에서 수년간 고착화하고 있는 '5:3:2' 점유율(SKT: KT: LG유플러스)도 규제를 통해 '3:3:3'으로 공평하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통신 자회사들의 알뜰폰 영업이 규제로 막힌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어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을 키우면서 업체들간 서비스 경쟁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커지는데 굳이 규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죠.

통신사마다 알뜰폰 점유율 규제 입장 달라

반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른 2개의 경쟁사에 비해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SK텔레콤은 알뜰폰 회선으로 가입자 이탈이 자칫 시장 균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로 성장이 정체된지 오래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뜰폰이 부상하고 있고, 이 시장으로 이용자 쏠림이 나타난다면 SK텔레콤의 시장 1위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워집니다.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SK텔레콤은 규제 입법이 마련된다면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알뜰폰 시장에서 점유율 규제가 이용자에게 이익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이제 막 1000만 시대를 열면서 성장의 군불을 떼고 있는 알뜰폰을 규제한다면 자칫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점유율 규제를 놓고 정부와 통신 3사가 어떠한 결론을 낼 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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